[국적없는 아이들·4]머나먼 대한민국法

고아로 살면 한국인…
엄마랑 살면 불법체류

윤재준·최재훈·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4-09-26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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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어야 '국적 취득' 가능
떠돌이 신세 대물림 막으려…
시설등에 맡겨지는 아기 늘어

일부 수천만원 들여 불법 입양
버려진 영아 사체 발견되기도


국내에서 태어난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은 국내법상 까다로운 제약들 때문에 최소한의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속인주의'를 따르는 우리나라 국적법은 부모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에만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다만 국적법에는 외국인이라도 '고아'일 경우 대한민국에서 출생했다면 자동으로 국적 취득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 버려진 아이는 대한민국 출생으로 추정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법 체류 부모들은 아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아'로 만드는 방법을 택하고 있고, 아이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국적과 부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스리랑카 출신 A(여)씨는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보호소에 맡겨야 했다. 불법체류자인 A씨는 남편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한 영세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이만이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가짜 입양을 보내는 경우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주고 브로커를 통해 한국인 호적에 아이를 올려 가짜 입양을 보내다 호적 위조 등의 혐의로 붙잡힌 불법체류자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도내 출입국관리 당국은 "최근 카자흐스탄 출신 불법체류자도 자신의 아이를 비슷한 수법으로 한국호적에 올려 적발되는 등 전국적으로 이같은 불법현상들이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어쩔수 없이 버려지는 무국적 아동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종교단체에는 지금까지 10여명의 외국인 영아들이 버려졌고, 지난해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 영아가 봉지에 싸여 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안타까운 상황을 보다 못한 한 사회단체가 이주여성을 위한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버려진 아이들을 양육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엄연히 한국에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을 정부가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겠느냐. 무국적 아동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만큼 부작용은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준·최재훈·공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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