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이야기 만드는 사람

김훈동

발행일 2014-10-0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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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남에게 베푼 나눔과 사랑은
행복으로 돌아오게 마련
내가 충만할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더 많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
상처 더 깊이 품어야 한다


10월 첫날, 황홀한 붉은 빛 단풍 소식이 들려오는 형관(荊冠)의 계절 가을이 농익어갑니다. 얼마 전,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서 주제발제자가 한 말입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둡고 그늘진 곳으로 내몰려 영혼이 피폐해진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군대안에서의 폭력도 그렇습니다. 청년이 연세 지긋한 노인한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붓는 일, 재산을 노려 부모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 멱살 잡으며 막말하는 국회의원들을 우리 일상에서 아무런 느낌 없이 받아들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청소년 시절에 아름다운 동화를 읽고 이웃을 생각하는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면 결코 그런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동화가 도덕 교과서는 아닙니다. 시나 소설이 교훈적인 인생지침서도 아닙니다. 하지만 예술작품은 감동을 통해 인간성을 순화시켜줍니다. 모순과 불합리로 병든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모든 예술은 우리의 삶을 표현하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그것의 가능성을 형상화합니다. 예술은 인간의 창의적 과정의 산물이자 정신활동의 최고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유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한비야씨의 말입니다. 쌍욕을 들어가면서도 구호활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입니다. 내 피를 끓게 하기 때문입니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친구 역할을 기꺼이 하는 내가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답이 충분한 것 아닐까요.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고통·슬픔·아픔·시련들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이 세상입니다. 이런 과정을 견뎌내야만 영혼이 성장해 품격을 쌓을 수 있습니다. 덕망도 쌓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물은 H2O이지만 눈물은 H2O가 아닙니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봄이 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 쪽은 과학적 논리고 또 다른 쪽은 예술적 감성의 표현입니다. 창의력은 '새로운 생각이나 착상'을 뜻합니다. 프론티어(frontier)정신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열어 그 부문의 길을 닦는 것'입니다. 이렇듯 새로운 착상이나 새로운 부문을 열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상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상상력은 예술의 보물창고입니다. 예술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따뜻한 힘이 있습니다. 상상력은 생각 덩어리를 튼실하게 만들어 내면을 넓힙니다. 또 확장시킵니다.

내 마음이 베풀면 세상이 베풀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베풂의 디딤돌을 만드는 이들이 많아 행복합니다. 재난현장을 누비는 적십자봉사원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거의 빠짐없이 안산 분향소 봉사에 나선 마사회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 것이 반드시 돈일 필요는 없습니다. 무언가 나누려는 마음가짐이 곧 시작입니다. 나눔은 바로 복짓는 일입니다. 남에게 베푼 나눔과 사랑은 행복이 되어 돌아옵니다. 더 많이 가져야만 충만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충만할 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사람으로서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 필요합니다.

감동을 만들어갈 힘은 우리 이웃과 나누는 사랑과 꿈으로부터 나옵니다. 언젠가, 덩어리진 커다란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더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품어야겠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상처도 더 깊이 품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꽉 차면 치명적입니다. 반만 차도 꽉 찼다고 느낄 줄 알아야 행복해집니다. 우리네 몸과 마음도 그렇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지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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