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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빠르지 않으면 왠지 모를 답답함과 함께 짜증을 내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봐도 거의 대부분의 승객은 스마트폰에 열중할 뿐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공기가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빨리빨리'는 우리의 생활 패턴과 환경까지 바꿔놨다. 인터넷과 SNS의 핫 이슈를 모르면 단순히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벽을 쌓고 사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다소 뒤처질 수 있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는 무시를 넘어 공격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실제로 연예인이 트위터 등 SNS에 실수로 말을 한 번 잘못하면 이를 꼬투리잡아 공식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지만, 어느새 이러한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섬뜩하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빨리'가 대한민국의 성공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빨리빨리'를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잠시 쉬는 것조차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빨리빨리'가 우리 몸에 스며든 까닭이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다 보면 주변의 많은 것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쳐 보내게 된다. 스쳐가는 것들이 모두 소중한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잊었던 것들이 지친 삶의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학창시절 떨어지면 마치 죽을 것 같았지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잊힌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잊힌 친구의 목소리만으로 각자 나름 화려했던 학창시절의 기억들이 찰나에 영화처럼 지나가며 지친 삶에 한 줄기 활력소가 됐음을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지 않았는가.

매일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하고 있는 그대들에게 과연 '빨리빨리'는 무엇일까. 삶의 전부는 아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이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가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라. 그 곳에서 내가 잊고 지낸던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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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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