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7]'작은 베를린' 뫼들라로이트

철조망이 하나의 마을 갈랐지만

주민은 '소통의 끈'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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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베를린이라고 불리는 뫼들라로이트 마을에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과 감시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 동·서독으로 경계선
정치체제 나뉘어졌지만 주민들 정부에 교류 요청
하루 한번 우체부 장벽 넘어 가족·친척 소식 전해
정부 허가 받으면 국민들 양국 여행 기회 얻기도

강원 고성·경기 연천 등 한반도 '한 마을 두 국가'
친인척 생사조차 확인 못하는 남북 '완벽한 단절'
접촉 끊지않은 독일, 남·북한 통일시대 좋은 선례


"통일은 흥분됐지만 문화적인 이질감이 두려웠다."



작은 베를린이라고 불리는 뫼들라로이트에서 만난 독일인들이 말한 통일 당시 이 지역 분위기다.

뫼들라로이트는 마을 자체가 동서독으로 분단된 특이한 사연의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또한 분단 당시 동독 또는 서독에서 각기 다른 이념의 국가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

2년만에 방문한 지난 8월말 뫼들라로이트 국경박물관에서 만난 독일인들은 서로 다른 이념체제에서 성장해서 결혼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통일 당시의 분위기를 묻자 "흥분을 넘어 자칫 폭동으로 갈까 걱정이 앞섰다"고 전했다.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각과 생활환경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심했다는 것이다.

특히 뫼들라로이트 근교에 위치한 도시인 플라우엔 지역에는 사람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곳곳에 경찰이 배치될 정도였다.

이들은 "40년이라는 분단의 시간을 극복하지 못해 갈등이 있었는데 한국은 60여년 넘게 단절되어 있다면 서로간의 이해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꾸준한 대화와 교류만이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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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천을 중심으로 동·서독으로 분단됐던 뫼들라로이트. 동독에서 바라본 서독 시골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작은 베를린 뫼들라로이트


뫼들라로이트는 하나의 마을이 하천을 중심으로 동·서독으로 나뉜 곳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인들은 작은 베를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일인들에게 뫼들라로이트는 단지 동서독의 분열기에 하나의 마을이 분단됐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는 건 아니다.

뫼들라로이트의 분단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시작된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뫼들라로이트는 바이에른주와 튀링겐주로 나뉘어졌었다.

바이에른주에는 교회가, 튀링겐주 지역에는 학교를 비롯한 일반 편의시설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당시에는 주경계선만 나뉘어져 있었을 뿐 서로 이용하는데는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시대가 시작되며 이념이 다른 국가로 새롭게 태어난 동·서독은 뫼들라로이트에 장벽을 세웠고 서로간의 교류가 단절된다.

그렇다고 완벽한 단절은 아니었다.

하나의 마을이었기 때문에 가족간, 또는 친척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양국 정부에 교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하루에 1회 우체부가 장벽을 넘어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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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 시절에 동독 군인들이 사용했던 2만여점의 군사장비들이 뫼들라로이트 국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소통의 끈을 놓지 않은 뫼들라로이트 주민들


2년만에 또다시 그뤼네스반트의 취재를 나서며 뫼들라로이트를 찾게 된 건 이 곳에서 독일인들이 40여년간 통일을 준비한 소통의 역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뫼들라로이트는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시골 마을이었기 때문에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친인척 관계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나라가 분단됐지만 이들에게 분단은 다른 나라 이야기일뿐 한 가족과 같이 지냈던 마을 구성원들은 마을이 나뉘어지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동독 정부에 의해서 장벽이 세워졌을 때도 이들은 서독에 속한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관철시켰다.

뫼들라로이트와 같이 하나의 마을이 분단으로 나뉘어진 곳은 한반도에도 여러 곳이 있다.

강원도 고성군의 경우 DMZ가 하나의 군을 2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있고 경기도 연천군의 일부 지역도 북한에 편입되어 있어 60여년째 분단 되어 있다.

특히 연천군의 백학면, 왕징면 등 2개 면의 일부 지역이 북한에 편입되어 있어서 하나의 행정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이런 분단된 마을이 정치체제는 나뉘어져 있지만 서로간의 소통은 단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교류를 허용했지만 한반도는 60여년이 넘도록 단절 된 채 친인척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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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뫼들라로이트 국경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독일은 뫼들라로이트에만 이런 소통의 기회를 준 것은 아니다.

동·서독 정부는 양국 국민이 자국 정부에 허가를 받고 상대 국가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최소한의 교류가 40여년 가까이 서로 다른 정치 체제 안에서 멀어질 수 있는 게르만족을 통일 이후 빠르게 하나의 국가 안에서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됐다.

글/김종화기자
사진/김종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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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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