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미끄럼틀 도전기

황성규

발행일 2014-10-1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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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규 지역사회부(구리·남양주)
놀이터에서 초등학생 한 명이 자신의 키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보이는 미끄럼틀 정상에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어른들이 위험하다며 말리는데도, 아이는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낑낑대며 절반쯤 올라갔을까 이번엔 덩치 큰 중학생 형이 갑자기 아이 앞을 막아섰다. 아이는 비켜달라고 사정했지만 중학생 형은 팔짱을 낀 채 들은 체도 안했다.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려던 순간, 또래의 다른 형이 나타나 아이의 손을 잡아줬고 결국 이 아이는 미끄럼틀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며칠 전 동네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현재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를 추진 중인 구리시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리시는 수년전부터 미래를 대비한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계획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사업 추진에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마치 아이가 미끄럼틀에 올라가는 것이 위험하다며 말리는 어른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아이가 미끄럼틀에 왜 올라가려 하는지, 올라갔을 때 아이가 어떤 성취감과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과연 생각해 봤느냐고 묻고 싶다.

지난 7일 구리시를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GWDC사업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이 같은 말을 했다. 도전에는 반드시 위기가 뒤따르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좋은 미래가 펼쳐진다고 말이다. 과연 넘어질 것이 두려워 미끄럼틀에 올라가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지 깊이 고민해 볼 대목이다.

남 지사는 쿨(?)하게 GWDC 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혼자 힘으로 고군분투해 온 구리시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게 됐다. 아이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형과 비슷한 덩치의 형이 나타난 만큼, 이제 형들끼리 어떤 대화를 나눌지가 관건이다. 듬직한 형의 모습으로 대화를 잘 풀어간다면, 옆에서 근심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어른들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황성규 지역사회부(구리·남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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