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김수영(1921~1968)
아무도 모르게 와서 당신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당신은 어둠속에서도 빛을 경험한다. 어둠은 빛으로 바뀌고, 이 환희를 숙명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은 불행을 행복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황홀한 연금술사다. 그러나 영원히 구원해 줄 것 같은 사랑은 머지않아 균열이 생기고 당신을 조금씩 빠져나간다. 확신했던 애정은 애증으로 교차되고, 사랑의 자리는 불안해진다. 찰나처럼 왔던 행복은 짧고, 번개같이 왔던 희망은 멀다. 이 깨달음은 금이 간 '사랑의 정체성' 그것의 '민낯'을 보게 된다. 사랑에게 묻는다. 너는 또 어디에 있는가.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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