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8]미래 평화 준비하는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

분단의 아픈 과거, 감추지 않고 직시하다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4-10-15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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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히스 펠트 국경박물관에는 시멘트로 만든 동독 군인들의 이동통로와 분단의 상징인 철책선, 감시초소가 넓은 평야와 언덕을 따라 그대로 보존돼 있다.
입출국 허가 받던 건물 내부만 리모델링
40년간 분단 상황 사건별·시대별 정리
독일 정부, 국가지정문화재로 원형 보존

그뤼네스반트 시설물·생태계 그대로 전시
야외엔 군용차·헬기… 감시탑·철조망도
박물관 입구 분단영상에 한국DMZ 보여줘

한반도 DMZ 인근에 위치한 경기 북부 연천군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일고 있다.

북한이 일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일명 '삐라'를 향해 쏜 총탄이 연천군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발견된 후 지역 주민과 보수단체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보수단체 측은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주민 안전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바라보며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을 떠올린다. 최소한의 소통과 교류가 있었던 독일, 하지만 끝없는 대립과 갈등만이 있는 한반도의 모습이 너무 상반돼 보이기도 한다.

# 분단부터 통일까지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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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전시된 철책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은 독일 정부가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한 건물에 위치해 있다.

독일 정부가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 건물을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한 이유는 동서독의 40년간의 분단을 느낄 수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은 동·서독 국민이 상대국가를 방문하기 위해 입·출국 허가를 받던 곳에 위치해 있다.

마치 한국 국민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입경 절차를 밟는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와 같은 곳이다.

박물관의 본관 건물도 당시 동독 정부에서 사용하던 건물을 내부 리모델링만 해서 활용하고 있다.

박물관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 첫 번째 만나는 영상이 분단이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 그리고 현재까지도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국 DMZ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을 본 후 동·서독이 교류를 하기 위해 설치한 입경 시설물이 연대별로 얼마나 늘어났는지와 당시 접경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의 생활상 등을 전시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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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 당시 철책 주변에서 감시활동을 했던 헬리곱터가 야외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특히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에는 자유를 찾아서 분단 장벽을 넘어선 사람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이 장벽을 넘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과 사용한 물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다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은 분단부터 통일까지 40여년간의 역사를 중요한 사건별로, 또는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 그뤼네스반트에 대한 보존과 연구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은 박물관 본관 건물 전시물 외에도 다양한 시각 자료들이 야외 전시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우선 박물관 본관 건물로 이용하고 있는 입경사무소 건물 주변에 분단 당시 동독 군인들이 사용하던 군용 차량과 헬기 등도 전시되어 있고, 서독으로 망명을 꿈꾸며 장벽을 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감시탑도 그대로 남아 있다.

감시탑 안에는 당시 군인들이 사용했던 물건들도 그대로 복원해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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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통일 당시 독일국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
그 곁에 있었던 동독 지역의 그뤼네스반트 시설물(철책과 감시 초소, 시멘트로 만든 동독 군인의 이동 도로, 감시탑 등)도 넓은 평야와 언덕을 따라 남아 있다.

한국의 박물관이 울타리를 쳐 관람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과 달리 이곳 야외 전시장은 박물관과 사유지를 나누는 울타리가 없어 관람객과 그뤼네스반트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관람한다.

이렇듯 야외 전시장은 그냥 버려져 있는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분단 당시 설치된 철조망이 남아 있지만 통일이 된 하나의 국가이기 때문에 억지로 복원하기보다는 분단 당시 모습이 세월에 녹아들 수 있도록 특별히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뤼네스반트의 생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시설물과 식물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는 안내문이 곁에 있다.

게오르그 바우메어트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 환경교육팀장은 "분단이라는 문화재는 억지로 만들 수 있는 유형 문화재가 아니다. 과거에는 있었지만 현재에는 사라져 버린 지나버린 역사다. 하지만 분단이 독일인들에게 남겨준 상처는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분단이라는 문화재와 세월이라는 이름의 시간이 잘 어우러지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김종화기자 · 사진/김종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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