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정치혁신이 전제돼야

최창렬

발행일 2014-10-1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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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양당체제의 한국정치 독과점 구조 많다는 지적
소선거구제에서 다양한 세력 의견반영 쉽지않아
합의제로 바꿀 수 있는 정당·선거제 변화 절실


우리 정치가 마주해야 할 '블랙홀'이 있다. 문자 그대로 다른 현안을 하나의 거대담론으로 흡수할 폭발력과 휘발성을 갖고 있는 개헌이다. 1987년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9차개헌 이후 5년 단임제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기본인식에서 출발하지만 주장하는 시기와 주체에 따라 정치적 셈법은 제 각각이다. 한국정치에서 개헌은 어떤 형태로든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대선때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10월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두번째로 '개헌 블랙홀론'을 언급했다. 개헌을 공약한 대선때의 상황과 지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없다.

개헌의 초점은 정부형태의 변경이다. 4년중임제·이원집정부제로 대표되는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가 가장 큰 줄기다. 4년 중임제는 레임덕 방지라는 이유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해 대통령권력 비대화의 이유로 내세우는 현재의 개헌론과는 기본적으로 배치되는 면이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의회의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 문제때문에 정국의 교착이 발생할 수 있는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정파가 다른 대통령과 총리의 경우에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형태중에서 가장 최악의 조합이 될 수도 있는 제도다. 반면 내각제는 의회주의라는 대의제의 성격을 가장 잘 살릴 수는 있어도 총선에서 과반 획득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치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08년 '개헌의 적기'라고 개헌을 촉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추동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차피 개헌은 정국의 대격변을 초래할 대형의제다. 차기를 노리는 대권주자나 현직 대통령이 개헌에 소극적이면 개헌은 추진되기 어렵다.

한국정치의 실질적 양당체제가 가져오는 독과점구조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누리당 아니면 새정치연합 밖에 없는 현재의 '적대적 공존' 정당체제에서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는 대통령에의 권력집중,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으면 공기업 인사도 이뤄질 수 없는 '제왕적'체제와 맞물려 있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소외세력이 대표되지 않는 구조를 사회균열을 제대로 대표해 낼 수 있는 정당체제로 바꾸기 위한 제도적 디자인이 절실하다.

찬성하는 숫자가 많아서 채택하는 다수결과 다수의 의견에서 소외된 의견을 반영해 전체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합의제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와 같이 단순다수제를 기본으로 한 소선거구제에서 사회의 다양한 세력이 대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비례대표제의 확대실시를 통한 합의제로의 발전에 대한 의견이 많은 이유다. 사회 갈등이 정당체제에 수렴돼 관리되지 않으면 사회갈등은 그만큼 증폭된다. 정당체제와 선거제도의 변화가 그래서 절실하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어떠한 권력구조를 선택하느냐, 시기는 언제인가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구하기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내에서도 친박과 비박 사이에 견해가 다르고, 여야간 셈법이 다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권력구조 변경에 국한하자는 측과 기왕 개헌을 하려면 시대에 맞지 않는 이념적 문제와 경제사회적 차원에서도 손질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개헌은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논의만 무성하지 추진을 위한 로드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국전환과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위한 정치공학적 동인이 기본이고, 대통령제에서 권력을 잡기 어려운 정치세력이 정치판 자체를 바꾸려는 유인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제로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등의 정치제도적 디자인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어떠한 개헌도 한국정치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의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를 추동할 시대적 지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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