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죽음에 '직접' 나서야 하는 나라

윤설아

발행일 2014-10-23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909973_471724_0539
▲ 윤설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6개월전인 4월16일 진도에서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체육관에 모인 유족들은 해경이 "어둠때문에 진입이 어렵다"며 수색에 적극 나서지 않자, 오징어 배를 직접 타고 바다로 나가 조명을 비췄다. 다음날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잠수부들이 못내려간다는 말에 밧줄 가이드라인 30여개를 손수 만들었다. 그리고는 경찰과 구조작업을 펼치는 관계자들에게 각지에서 온 민간 잠수부들을 투입시켜달라고 목놓아 소리쳤다. 당시 유족들은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물었다. "국가는 뭘하고 있기에 이런 걸 유족들이 해야 하나요?"

대청도 지뢰폭발 사고 다음날인 지난 7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폭발사고 생존자들은 희생자의 시신 일부를 현장에서 봤다고 주장했지만 이의 수습을 위해 군(軍)이든 경찰이든 누구 하나 나서지 않자 유족들이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지뢰 제거 전문업체를 찾아냈다. 하지만 군(軍)은 현장을 통제했고, 유족들은 옹진군과 경찰 등을 찾아다니며 시신 수습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지켜보던 생존자 한 분이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관계기관은 가만히 있고 왜 유족들이 나서야하는 겁니까?"

사고가 나자 구조작업에 나선 군(軍)은 현장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밤이라서 안 된다" "현장 투입은 위험하다"며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이같은 모습은 유족들에게 불신감만 키웠다. 진도나 대청도 희생자 유족들이 원했던 건 단 한가지. 국가가 '내 일'처럼 나서주는 것이었다. 희생자 시신수습 과정에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찾아내려는 노력,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자세히 설명해주기를 바랐다.

유족이 '국가'에 대한 회의감으로 분노했던 이유는 국가기관이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안전의식이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안전불감증'보다 더 무서운 건,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 같은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설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윤설아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