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10]인터뷰/독일 휴전선 지역 연구하는 '그뤼네스반트'

정부주도 사업 한계
주민이 가치 알아야
환경보존 오래 지속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4-10-29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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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뤼네스반트 책임연구원 가이데찌스 박사는 한국의 DMZ에 대해
연방정부·분트 지원 받아 연구
국가 동서로 나눈 1393㎞ 철의장막
전체 지역에 대한 보존계획 수립중

생태·환경·지질학적 특성 파악후
구간별로 특화된 프로그램 추진

한국DMZ 거주민 관심·자부심 중요
통일 전 공론화 거쳐 계획 수립해야


한반도와 같이 분단을 겪은 독일은 연방정부와 시민단체인(NGO) 분트(BUND)의 지원을 받아 독일 분단 당시 휴전선 지역이었던 그뤼네스반트를 연구하는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연구기관은 휴전선 지역의 이름과 같은 그뤼네스반트라고 불린다.

연구기관인 그뤼네스반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찌당의 중심 도시였던 뉘른베르크에 위치해 있다.
그뤼네스반트를 2년 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2개의 나라로 분단을 시킨 나찌의 중심 도시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뉘른베르크도 독일의 여타 도시와 마찬가지로 고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고 도심 중앙에 있는 뉘른베르크 성에는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인 포탄 자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뉘른베르크 성 바깥에 위치한 그뤼네스반트는 한국의 연구소와 달리 단독 건물이 아닌 일반 주택건물에 들어서 있다.

그뤼네스반트에서는 독일 전역을 동서로 나눈 1천393㎞의 철의 장막 전역에 대한 보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그뤼네스반트에서는 독일 전체에 대한 큰 프로젝트를 설립한 후 각 주별로 보존되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세분화해 각 지역에 연구 과제를 보내준다.

이렇게 주별로 결정된 연구과제들은 또다시 주별로 자기 지역에 맞는 프로젝트로 한번 더 변화 시킨 후 연구 또는 보존 활동을 벌이게 된다.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듯 그뤼네스반트는 각 주가 연계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지 않도록 독일 전역에 대한 짜임새 있는 프로젝트가 추진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 8월 그뤼네스반트의 운영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뉘른베르크를 방문했다.

그뤼네스반트 사무실에 들어서자 책임연구원인 리아나 가이데찌스 박사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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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아나 가이데찌스 그뤼네스반트 책임연구원.
가이데찌스 박사는 "경인일보 취재진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오늘 하루 연구를 안하기로 했다. 먼길 오셨는데 궁금한 것이 있다면 뭐든지 물어봐 달라"며 반겨줬다.

사실 가이데찌스 박사와는 2년 전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후 이번 연재를 준비하며 꾸준히 연락을 해 오고 있었다.

앞서 방문한 하르쯔국립공원의 프리드하트 크놀레 박사와 아이히스펠트 국경박물관 게오르그 바우메어트 환경교육 팀장은 가이데찌스 박사가 소개해 줘서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첫번째 질문으로 "그뤼네스반트의 보존활동을 하며 그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상생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내고 있는가"에 대해서 물어 봤다.

가이데찌스 박사는 간단하게 답변했다.

답변은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이해를 시키고 있다"였다.

그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토지를 매입하고 싶어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그곳 주민들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왜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 환경단체와 지방 정부의 그뤼네스반트 담당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튀링엔주 그뤼네스반트 지역에서 만난 스텔라 슈미갈레 튀링엔 자연보호재단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담당자도 지역 주민과의 협력 활동에 대해서 강조했었다.

이어서 가이데찌스 박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도해서 하는 사업은 한계가 있다. 결국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보존에 대한 필요성과 가치를 알아야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베 프리델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지역별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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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고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뉘른베르크성 전경.
프리델 코디네이터는 "1천393㎞의 구간이 모두 똑같은 생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지역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생태적, 환경적, 지질학적인 특성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 특성을 알아야 지역에 맞는 프로젝트를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구상과 함께 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프리델 코디네이터는 "자신의 지역에 위치한 그뤼네스반트 일대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야 그 가치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줘 지역사회 스스로 지켜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유도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이데찌스 박사는 "그뤼네스반트 독일 구간이 이렇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는 독일에 국한하지 않고 냉전시대 이데올로기로 인해 수십년간 설치됐던 철의 장막 복원작업도 바로 이런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크게는 각각의 국가 그리고 그 국가 안에서는 주 또는 지역별로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라 라이쯔바흐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한국의 DMZ가 독일의 그뤼네스반트보다는 길이가 짧지만 비슷한 노력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켜 나가고 보존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 사람들이기 때문에 독일과 같이 지역 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오랜 시간 보존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쯔바흐 코디네이터는 "개발 문제도 마찬가지다. DMZ에 대한 개발을 법률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지만 지역 사회 스스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지역을 생태공원으로 만들 수도 있고 자연보호구역으로 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사회가 공감하지 못한다면 보존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가이데찌스 박사는 "한국은 독일의 그뤼네스반트보다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또 아직 통일이 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어느 부분에 대해 보존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해 나갈지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독일과는 다른 더 발전된 방향의 보존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김종화기자
사진/김종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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