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일본에게서 무엇을 배웠나?

김방희

발행일 2014-10-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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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日, 높은 엔화가치 1990년대 중반
거품파열로 혹독한 대가 치러
반면 中은 통화가치 급등 용납안해
국제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도
일본은 미국성장 혜택 누렸지만
중국은 관계균형 유지하며 맞서


지난해말 중국 자본이 제주 땅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경계론이 비등할 때 제주도 고위 공직자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대중의 공포가 과장됐다고 하소연했다. 토지를 사들고 중국으로 갈 수도 없는 마당에 무슨 걱정이냐고도 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일본 자본이 전세계, 특히 미국의 심장부에서 벌였던 부동산 투자의 전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일본 거품경제가 꺼진 후, 맨해튼의 록펠러센터까지 사들였던 일본의 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그의 지적은 한 편으로 옳고, 다른 한 편으로는 틀렸다. 기본적으로 토지야 움직일 수 없는 투자 대상이다.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고 나면 다시 주인이 바뀌는 것도 맞다. 하지만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이후 10년 이상 이어진 일본의 투자 실패에서 뭔가를 배웠다. 중국은 일본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최근 중국자본 경계론, 더 나아가서 중국경계론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엔화의 가치를 높게 유지했다. 1985년 전격적으로 이뤄진 플라자 합의가 시발점이었다. 그후 달러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대비 일본 엔화가치는 거의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같은 자산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통화가치 급등을 자국 경제에 대한 재평가로 이해했다. 비싸진 돈을 들고 자기 나라는 물론 세계의 자산을 쇼핑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1990년대 중반들어 그 거품이 꺼졌을 때 일본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자산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거품 파열로 인한 복합 불황으로 그후 일본 경제는 의미있는 회복세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그간 자국 통화가치의 급등을 용인하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은 계속됐다. 하지만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라는 교묘한 정부개입 메커니즘을 도입한 후 환율을 점진적으로 상승하도록 관리해 왔다. 올해 3월 환율 변동폭이 확대된 후는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국제 정치면에서도 일본을 따라할 생각이 없다.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성장 혜택을 누려온 일본은 그간 미국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 2개국(G-2)'이라는 용어가 암시하듯 중국은 궁극적으로 미국과 맞서야 한다는 점을 잘 안다. 물론 냉전처럼 극한 대결을 벌이는 양상은 아닐 것이다. 두 나라는 경제적인 면에서 워낙 상호의존적이다. 중국은 미국 수출에 사활을 걸면서도 동시에 미국 국채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이 대미 무역 흑자의 절반 가까이를 채권 구입에 쓴 이유는 관계의 균형때문이다. 중국이 보유 채권의 일부만이라도 시장에 내놓는 순간 글로벌 경제와 미국 금융시장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점은 최근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압박하고 있는 러시아와도 대조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무력 시위를 선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경제적 히든카드는 없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심이 돼 펼치는 저유가 드라이브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로 신냉전 체제에서 패퇴하는 기미가 역력하다. 재정 수입의 60%가까이를 원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 1998년 모라토리엄(지불 유예) 사태를 다시 맞지 말란 법도 없다.

물론 중국 경제에도 위험요소는 있다. 투자와 대출 중심의 성장 정책이 한계를 맞으면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다. 이때 정치적 민주화 요구나 소수 민족 독립 움직임, 권력내의 분열과 갈등 같은 내부요인이 동시다발로 악화되는 시나리오다. 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이 일찌감치 반면교사로 배운 일본이나 러시아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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