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한남정맥·7]산 정상 뒤덮은 공원묘지

마구잡이 분묘 '산사태 불안'

김주엽 기자

발행일 2014-11-0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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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정상 부근까지 묘지로 가득찬 서울공원묘원.

경사면 '콘크리트 옹벽' 탓
빗물, 땅 속으로 흡수 안돼
지표면 흐르면서 흙 쓸어가
환경단체 "높이 제한" 제언
새로운 장례 문화 필요성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시체나 유골을 매장하는 시설을 '분묘'라고 하고, 이를 설치한 구역을 '묘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려·조선 시대부터 성행한 묘지의 풍습은 196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의 묘지 공원을 흉내 낸 '공원 묘지'의 형태로 전국에 퍼지게 된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 부재로 공원이 사라지고 '공동 묘지'만 있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남게 된 공원묘지는 도시가 개발되면서 '도시 부적격 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혀 도시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공원묘지들은 도시 외곽 산으로 옮겨갔고,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 위치한 한남정맥의 산에 공원묘지가 우후죽순 생기게 됐다.

지난해 산림청에서 실시한 '한남정맥 실태조사 및 보전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남정맥에 조성된 공원묘지는 16곳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금남정맥(전라북도 무주 주화산~충청남도 부여·2곳), 낙동정맥(강원도 태백 구봉산~부산 다대포 몰운대·3곳), 금북정맥(경기도 안성 칠장산~태안반도 안흥진·5곳)의 공원묘지 숫자를 합친 것보다 2배 많은 것이다.

정맥 곳곳에 만들어진 공원묘지 때문에 한남정맥의 산들은 고통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서울공원묘원을 찾았다. 한남정맥 부이산과 함박산 사이에 20만9천660㎡ 면적으로 만들어진 이 곳은 5천여기의 묘지가 들어설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수의 묘지가 자리잡다 보니 산 정상까지 오르는 경사면 곳곳에는 콘크리트 옹벽이 세워져 있다.

이날 답사에 동행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경사가 가파른 곳까지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하고, 분묘를 만들게 되면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기 어려워진다"며 "이 때문에 빗물이 계속 지표면을 따라 흐르게 되고,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산사태가 날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찾은 안성에 위치한 천주교 수원교구 공원묘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공원묘원에 비하면 곳곳에 심어진 나무가 눈에 띄었지만 산 정상 부근까지 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산 정상 부근에는 봉안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7년 전 경인일보와 인천녹색연합이 답사할 당시에는 숲이 우거진 곳이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꼭 숲을 밀어내고, 봉안당을 설치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며 "분묘도 산사태 방지를 위해서 5부 능선 아래로만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정맥에 자리잡은 공원묘지 면적은 243만7천여㎡. 이는 한남정맥 전체 면적의 0.4%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국민의 4분의 1이 살고 있을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거주 지역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한남정맥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은 묘지가 설치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2017년까지 전국에 28곳의 수목장림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2021년까지 한남정맥에 있는 공원묘지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가족공원(106만9천482㎡)에 수목장림을 만들고, 산 정상 부근까지 빼곡히 조성된 분묘들을 이전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수목장림의 경우 기존 숲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고, 전혀 새로운 시설을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가족공원의 경우에도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 내에 분묘가 정리될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박주희 녹색사회국장은 "묘지 조성은 우리나라 전통 풍습상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의 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단시간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인천시인천산림조합 후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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