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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목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김기림(1908~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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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당신은 애인을 소유하고자 한다. 내 안에 철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애인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한 자물쇠를 채운다. 당신이 만든 감옥에 아직도 애인이 있는가? 오히려 당신이 만든 감옥에 애인이 아니라 당신이 수감되어 있지 않은가. 끝없는 어둠 속 길 잃은 날짐승처럼 가슴만 쪼아대던 불안한 밤을 지내온 사람은 안다. 애인은 환상이며 현실은 냉혹하다는 것을. 오로지 '나의 것'은 영혼을 감싸고 있는 육체이며, 육체도 영혼과 분리되기 전까지 유효할 뿐이다. 이 절대적 시한부 안에서 잠시동안 자신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당신도 애인을 소유할 수 있다. '무소유'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같이 '집착의 감옥'에서 탈출하면 된다. 그렇다. 당신이 빠져나온 세상 전체가 당신의 애인이다.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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