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약속에 대한 신뢰 가르칠 수 없는 한국사회

이준우

발행일 2014-11-11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915205_477097_5632
▲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무상급식은 공짜 밥이 아닌
우리 아이들 교육의
일환이기에 급식비 갖고
정치쟁점화 해선 안돼
정부·교육청·지자체
머리 맞대고 재원 마련해야


정신을 못 차려도 한참 못 차렸다. 때늦은 무상급식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 예산안이 편성된 상태에서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화가 치민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여야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 차이도 커 짧은 시간에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도 어렵다. 늘 그래왔듯이 무상급식 공방은 성과없는 허망한 논쟁에 그칠 것이다. 적당한 때가 되면 정치권에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논란을 덮을 것이다. 문제는 무상급식은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학교교육에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공짜 밥이 아닌 교육의 일환이기에 학생들의 급식비를 갖고 정치 쟁점화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교육청·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시행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증세라도 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직'과 '약속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교육의 핵심은 기능적인 지식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아이들의 가슴 속에 오롯이 담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기성세대가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정직과 약속의 가치를 가르쳐야 할 것 아닌가? 어른들이 제도를 만들어놓고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돈이 없다고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말인가?

정직과 약속에 대한 신뢰를 삶으로 가르치지 못하는 병리적인 한국사회의 현실로 인해 오늘 이 순간에도 학교를 등지는 아이들은 늘고 있다. 2013년 교육통계에 의하면 2007년 0.9%였던 학업중단율은 2009년 0.94%, 2013년 1.01%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3년 고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은 1.7%에 달한다. 초·중·고 학령인구를 감안할 때, 매년 7만여명 정도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학업중단의 문제는 단순히 학업을 그만두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업중단이 지속되면 심리적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우울과 자살, 인터넷 중독 등을 유발하며, 청소년 비행과 범죄에 연루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며 점차 사회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또한 학업중단은 학교를 단순히 떠나는 의미 외에 학업중퇴자라는 낙인과 비행이나 범죄로의 접촉 등을 경험하면서 사회부적응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공식적 교육체계를 통한 자원 축적의 기회를 상실함에 따라 노동시장 진출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지게 되는 불리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단연 최하위였다. 회원국 가운데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무려 94.2점이었고,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루마니아도 76.6점으로 16점 이상 차이가 났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아동결핍지수'도 우리나라는 54.8%를 기록해 OECD 국가 가운데 결핍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높은 헝가리의 31.9%와도 큰 차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9~11세 아동의 스트레스 수치는 4점 만점에 2.02점, 12~17세는 2.16점으로 5년전의 1.82, 2.14보다 상승했다. 아동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숙제·시험·성적 등 학업과 관련된 항목이었다. 학교생활과 큰 관계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학교를 버리고 떠나지 않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과거 우리네 부모들이 허리띠 졸라매고 아이들 교육과 행복을 위해서 모든 희생과 헌신을 감수했듯이 기성세대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른 부분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아이들에게 돌아갈 돈만은 만들어야 한다. 이참에 국회의원 수를 반쯤 줄이거나 공공기관·산하 단체장들의 수도 삼분의 일로 축소하면 어떨까?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이익단체들도 없애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