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해불양수의 도시, 진실 혹은 거짓?

이용식

발행일 2014-11-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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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타지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 도시란 말처럼
개방적이고 쉽게 기회 주지만
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이
자신들 입장에서 이기적이라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


칠팔년 전쯤 캐나다에 체류할 때였습니다. 중국 이민자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공식 사과문제가 그 나라의 사회적인 이슈였습니다. 200여년 전 중국사람들이 대거 북미 철도건설 노동자로 이주했었는데, 이들의 희생과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법적신분의 회복문제가 대두됐던 것입니다. 험한 지형 등 악조건과 고된 노역으로 철도건설과정에서 많은 중국 사람들이 희생됐습니다. 이후 이들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대우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캐나다 총독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2세기 전에 있었던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사죄했고, 당시 이주자들에 대한 캐나다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법적으로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때 저는 가깝게 지냈던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에게 평소 가졌던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년 전 여기 왔던 중국 사람들과 100년 전 건너왔던 너희 아일랜드 출신을 비교해 보면, 과연 누가 더 캐나다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물론 유럽 사람들이 갖는 자기중심적 인식과 세계관을 비판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만, 여러 출신들이 뒤섞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소위 '주인'과 '객'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평소 비판적인 의문도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교와 대학을 다녔던 한 선배는 오랜 타지 생활을 접고 은퇴 전 마지막으로 고향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몇 해 전 인천에 오게 됐습니다. 그 자리를 공모한다 해서 흔쾌히 응모했고, 그 분야 경험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 개발책임자로 임용됐습니다. 그 선배는 열심히 그리고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키우고 공부시켰던 고향에 대한 마지막 봉사란 생각을 갖고 일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잘되면 반대하는 부인을 설득해서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할 생각도 있다 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도 안 돼 인천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조직 환경과 정황을 대략 이해하게 됐던 저는 그 선배가 사직을 결심하기 며칠 전 한 술자리에서 했던 말을 씁쓸하게 떠올렸습니다. "인천에 오면 타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당했던 홀대를 최소한 다시 겪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인천은 그것마저도 통하지 않는 곳이더구먼." 그 선배는 다른 도시에선 그곳의 유력 고등학교 출신이 아니라 해서 사업하기 아주 힘들었는데, 여기선 그 반대로 이곳 유력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학연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의 특성 또는 장점으로서 사람들은 인천을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도시라 합니다. 바다는 어떤 물이라도 거절하지 않는다는 뜻 그대로, 인천은 타지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 도시란 것이죠. 이 말처럼 인천은 매우 개방적이고, 외지 사람에게도 쉽게 기회를 내주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이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 할 것입니다. 해방 후 인천을 이나마 성장시켰던 것이 개방성과 흡인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1990년대 초 인천이 각광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죠. 정보화시대가 도래했고 이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빠르게 건설됐으며 송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지로 각광받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시에 분권화가 진척되면서 정보화와 네트워크 사회에서 인천이란 도시가 가졌던 그간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정보화와 인터넷을 주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인천출신 또는 이 지역 대학의 졸업생이었다는 점이 말해 줍니다.

인천이 가진 장점으로서의 해불양수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일컫는 것일 겁니다.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아전인수식 해석이 다시 발현되지 않길 바랍니다. 포용과 개방·역동을 의미하는 해불양수가 인천에서 늘 진실로 드러나길 기대해 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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