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12]독일인들이 바라본 한국 접경지역

통일후가 아닌 '바로 지금'
DMZ보존·개발 논의할때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4-11-26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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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나치당의 뉘른베르크 당사. 현재 나치당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했던 당시 모습을 알리는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다.
서독 일찍이 비무장지대 개방 현재 동독 그뤼네스반트 국한 보존
독일 통일후 생태계 파괴 깨달아 "우리와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길"
"후손 위해 땅 잘 사용하고 관리해야" 獨 환경운동가들 한목소리


한국인에게 접경지역, 즉 DMZ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분단'과 '개발제한'을 꼽을 것이다.

'개발제한'이라는 문제에 직면하는 건 아마 분단으로 인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파주시와 연천군의 경우 사유지가 57%에 이르고 있는데 비해 국공유지는 27.4%에 불과해 국공유지보다는 사유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토지소유구조를 보인다.

여기에다 정전협정으로 인해 우리 영토지만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접근이 제한되고 있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토지주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전쟁을 겪고 분단된 국가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뻗치지 않아 원시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생태계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적극적인 개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이번 기획 연재뿐 아니라 앞선 기획시리즈에서 독일의 사례를 집중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겪는 과정을 그들이 먼저 겪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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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들라로이트 국경박물관의 전시실. 국경박물관에는 분단 당시의 다양한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 독일인에게 접경지역이 주는 의미

독일의 접경지역을 이야기할 때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독일의 접경지역은 동독지역에 위치했던 그뤼네스반트에 국한되어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와 같이 휴전선을 사이로 일정거리를 비무장지대로 설정한 것은 동일하지만 자유주의 진영이었던 서독은 일찌감치 그뤼네스반트 일대를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물론 휴전선에 접근할 수 있도록 100% 개방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가까이 접근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동독지역에 위치했던 그뤼네스반트는 사람들이 휴전선을 넘어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철조망과 장벽을 쌓아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현재 독일인을 비롯해 그뤼네스반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방문해서 볼 수 있는 시설물은 대부분 동독 자국민이 휴전선을 넘지 못하도록 설치한 시설물이다.

독일인들은 그뤼네스반트의 흔적뿐 아니라 독일 전역에 분단 당시 동독지역 사람들이 생활했던 모습들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을 건립하고 있다.

이 박물관들을 통해 독일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같은 민족끼리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갈등했던 모습, 그리고 동독지역 사람들이 힘겹게 살았던 모습 등을 통해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구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그뤼네스반트 일대의 원시 생태계의 보존을 추진하며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독일인들은 독일내에 위치한 그뤼네스반트에 국한하지 않고 냉전시대 유럽 전역을 갈라놨던 국경선들을 연결해 전쟁의 상징이었던 철의 장막이 미래세대에게는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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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들라로이트는 베를린과 같이 하나의 마을이 동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었다. 사진은 서독지역에서 분단 장벽 너머의 동독지역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 독일 그뤼네스반트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DMZ

지난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만난 독일 최대 환경단체 분트(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 e.V.) 바이거 의장은 "독일은 통일이 된 후 그뤼네스반트가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보존 활동이 시작됐다면 한국은 이런 독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통일 이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사회에 그뤼네스반트의 생태적인 가치가 알려진건 70년대였지만 언제 통일이 될지 몰라 준비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통일이 이뤄지면서 그뤼네스반트에 대한 논의가 잊혀졌다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며 다시 공론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은 독일 현지에서 만난 그뤼네스반트연구소의 책임연구원 가이데찌스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데찌스 박사는 "파괴되기 전에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졌다면 통일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에 함께 보존대책도 세워졌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사유지에 대한 공유화 문제도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가이데찌스 박사는 "통일 이후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시기에 그뤼네스반트에 대한 보존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분트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적인 공감대는 통일 이전부터 이뤄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이 한국 사회에는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바이거 의장과 가이데찌스 박사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DMZ의 개발과 보존 논란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통일 이후가 아닌 지금"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독일 그뤼네스반트 보존운동을 이끌고 있는 바이거 의장과 가이데찌스 박사는 "독일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은 우리 것이 아닌 후손들의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후손들을 위해 우리는 잘 사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그뤼네스반트나 DMZ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종화기자
사진/김종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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