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벼락부자' 꿈꾸는 이 시대 놀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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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논설위원
삼성SDS 상장으로 더 크게 부자된 삼성가 세자녀
내달 제일모직 상장… 재산 천문학적으로 또 늘어나
사회정서 감안 어떻게든 국민 달래는 해법 내놔야


흥부가 '벼락부자'가 되자 놀부는 배가 아팠다. 흥부는 금은 보화는 물론 그 유명한 화초장까지 챙겨 줬지만 놀부의 배는 더 아팠다. 놀부는 그날부터 집 처마 밑에 앉아 제비가 날아오기만을 기다렸으나 마음씨 고약한 놀부집에 제비가 날아올 리 없었다. 안되겠다. 직접 제비를 찾아 나서야겠다. 놀부는 "제비 몰러 나간다~~~제비 후리러 나간다~"를 부르며 제비를 잡으러 나갔다. 흥보가의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이다. 한때 이 소리는 이동전화 CF로 사용돼 유명세를 탔다. 중중모리 장단으로 거들먹거리며 나가는 놀부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뛰어나게 묘사해 흥보가 최고의 대목으로 꼽힌다.

살기 팍팍한 지금, '벼락부자' 이야기로 서민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 삼성 SDS 상장으로 벼락부자가 된 이건희 삼성회장의 세자녀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과 그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원래 부자였지만 더 큰 부자가 된 그들을 서민들은 부러움 반, 시기 반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 SDS가 상장 되면서 이들은 '벼락부자'가 됐다. 상장 첫날 주가만으로도 삼남매 지분가치는 4조8천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서민들은 이들이 적은 비용을 투자해 대박을 맞았다는데 주목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당 1천180원에 108억원어치 삼성SDS 지분을,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주당 1천112원에 각각 34억원씩을 투자해 이 부회장은 약 277배, 이부진 이서현 두 사람은 약 291배의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 1999년 2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3자 배정 방식으로 세 자녀에게 넘긴,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핵심이었던 이학수씨와 김인주씨도 각각 1조원, 5천여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 역시 '벼락부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헐값 3자 배정은 2009년 삼성특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불법 판정을 받았다. 삼성그룹이 불법 경영권 승계를 시도한 게 인정된 것이다.



다음달 18일 삼성 세자녀들은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상장으로 또 '벼락부자'가 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3천136만9천500주(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각각 지분 8.37%씩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예정가 5만3천원 기준으로 주식가치는 이 부회장은 1조3천100억, 두 딸은 각각 5천5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상장 뒤 최고 공모가의 2배까지 오른다고 가정할 때 주당 10만원 안팎으로 보면 삼성가 3남매가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식가치는 4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 상장까지 두달 사이 이들의 재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세 자녀는 1996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전환사채(CB)를 주당 7천700원에 96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스스로' 내놓은 전환사채를 사들인 것인데 당시 삼성에버랜드 주가는 주당 8만5천원대였다. '특혜'란 말이 나와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취득은 삼성SDS 지분취득과 함께 삼성 특검에서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해 수사대상에 올랐었다.

물론 주식 헐값 인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끝났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아무리 합법적이어도 불과 47세, 45세, 42세에 수조원의 재산가가 된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법보다 더 강한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떻게든 국민을 달래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때맞게 야권에서는 불법으로 취득한 주식으로 발생한 차익소득을 국가로 환수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불법이익 환수법)'이다. 벼락부자가 되고 싶었던 놀부는 소원대로 제비다리를 부러뜨리고 치료해준 대가로 그토록 갈망하던 박씨를 손에 넣었다. 박속에서 꾸역꾸역 쏟아져 나올 금은 보화를 그리며 양지바른 곳에 박씨를 묻고 박이 잘 자라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사실 그대로다. 흥보가를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속에는 '벼락부자'를 꿈꾸는 수많은 우리사회의 놀부들에게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벼락부자'가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이영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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