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사회

오대영

발행일 2014-12-0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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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한국인 평균수명 '81세'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사회단체 등과 협력
일자리 통한 자립시스템
서둘러 구축해 노인들에
작은 일터 많이 제공해야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으로 사람들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꿈과 욕심을 상징한다. 절대권력의 진시황제도 결국 죽었지만, 만약 불로장생 약초를 구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프랑스의 철학자였던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시몬느 드 보봐르의 1946년 소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이에 대한 답을 말해준다. 중세 이탈리아의 작은 성의 성주였던 휘스카 백작은 거지 노인으로부터 영생의 약을 얻고 마신다. 그리고 영원히 사는 인간이 돼 수백년을 살면서 자신의 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는 신성로마제국의 성립에 기여하고, 프랑스 혁명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여인이 늙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고통을 겪으면서 영생으로 저주도 함께 받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오래 산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현대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 꿈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최근 국가통계포털(KOSIS)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81세가 됐다. 불과 40년만에 20년이상 늘어난 것이다.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100세 인생'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휘스카 백작의 영생에 고통이 따르듯이, 장수사회에는 그늘과 변화가 뒤따른다. 요즈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노인들이 매우 많아졌다. 동시에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젊은층의 노인 공경의식이 약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노인들이 너무 많아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인 일본에서는 10여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장수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사회의 절대적인 보호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장수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당장 사회보장비·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모두가 젊은 세대의 짐이다. 가정에서도 자녀가 60~70대가 되니, 부모 봉양이 어려워진다. 노인도 자기 책임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과거에는 늦어도 60대 초반에 은퇴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60대 청년'시대가 됐다. 그러니 은퇴 후에도 인생 2모작, 3모작을 해야 한다. 미국 대학교수인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인생을 4단계로 구분했다. 제1 연령기는 '배움' 단계, 제2 연령기는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다. 제3 연령기는 4단계 가운데 가장 긴 기간인 서드 에이지(third age)이다. 40~70대이다. 제4 연령기는 '노화'의 단계다. 과거 70세 시대의 40대는 인생의 착륙을 서서히 준비하는 시기였다면, 100세 시대의 40대는 인생의 후반기를 향해 이륙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제는 40대, 50대부터 60대 후반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이 장수사회가 가져온 혜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시스템 구축이다. 우리 정부나 사회에서도 65세이상 노인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이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식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누리사업이나 학생 무상급식이 복지예산의 한계로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장수사회의 사회적 짐을 덜기 위해서는 '생산적 대책'을 많이 세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노인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워크(seinor work)센터'가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국가재정이나 연금으로는 급증하는 노인들을 지탱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인대책의 순위를 '일자리 창출>연금>직접 지원'의 순으로 두고 '일을 통한 자립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사회단체 등과 협력해서 이런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 노인들에게 작은 일터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차비와 식사 정도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시스템도 좋다. 그래야 장수사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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