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23]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

바다와 하나돼 살어리랏다

권순정 기자

발행일 2014-12-02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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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 전경. 옥상에 삐죽 솟은 요트돛이 전망대, 사진 오른편이 다목적실, 왼편이 레스토랑이다. 바다 전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전면이 유리창으로 처리돼 있다.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전곡항 요트대회 주관목적 작년 완공
이색적인 바다 감상지로 대중에 인기
해변 곡선·요트돛 적용 자연과 일체감

최고 뷰포인트 전망대 경기서해 한눈에
곳곳 트인 건물 접근 쉬워 관광객 편리
올해 경기건축문화상 은상 수상 '영예'


겨울색이 짙어진 12월, 공간과 사람이 찾아간 곳은 여름을 기다리는 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다.

세계요트대회와 경기화성해양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리는 전곡항은 인근의 제부도, 누에섬, 탄도섬 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난다.

빨간 등대와 내항에서 살랑살랑 움직이는 145척의 요트, 요트를 붙들고 있는 폰툰의 상승감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 멀리 등대 뒤편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 역시 전곡항을 꾸미는 훌륭한 소품 같아 보인다.

마리나 클럽하우스는 이곳에서 열리는 요트대회를 주관하고 요트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완공됐다. 요트 관리인력이 사용할 사무실과 샤워실 등이 갖춰져 있고, 아직은 미약한 요트문화가 대중화될 때를 기다리며 클럽룸과 관련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마리나 클럽하우스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색적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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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항 입구 바로 왼편으로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방문객들은 마리나 클럽하우스 정문을 이용할 필요없이 옥상으로 접근해 서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시원스러운 몸체 색과 1만9천59㎡의 대지에 겨우 1천171㎡밖에 차지하지 않은 여유있는 2층 건물, 옥상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개방감도 바다와 닮았다.

전곡항 끝에 놓인 등대까지 걸어가서 바라본 클럽하우스는 요트들의 지휘자 같다.

북서·북동으로 바라보는 큰 눈과 머리 위에 달린 돛이 그러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 건물을 설계한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이종훈 대표이사는 "'땅위에 떠 있는 클럽하우스'를 모토로 설계됐다"며 "해변의 곡선과 요트돛을 건물에 적용시켜 바다와의 일체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에서 바다를 감상할 지점은 다목적실, 옥상과 전망대, 레스토랑이다. 이 중 단연 최고는 전망대다.

건물의 계단실과 엘리베이터실을 요트돛으로 꾸미는 바람에 생긴 전망대에 올라서면 유리면으로 클럽하우스의 삼면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경기도의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취재 당일은 썰물 때였는데, 왼편으로 제부도와 바닷길을 달리는 트럭이 선명히 들어오고 누에섬과 탄도섬 사이 늘어선 풍력발전기 세 대와 그 사이를 서성이는 사람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뿌연 하늘 저편으로 햇빛이 노랗게 퍼지고 그 뒤편으로 한창 운전중인 평택화력발전소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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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 클럽하우스의 전망대. 사진 왼편으로 보이는 낮은 섬이 제부도, 중앙으로 보이는 것이 누에섬, 누에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로 풍력발전소 3기와 빨간 등대 등이 보인다. 전망대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실이 이어진 곳으로 돛대 모양을 하고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2층 카페 공간에 와 닿는다. 전면이 유리로 된 이 장소도 세일러들에겐 좋은 휴게 공간이 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서해바다 감상 포인트는 바로 옆의 다목적실이다.

다목적실은 평소 전면이 스크린으로 가려져 있다. 각종 강연이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장소지만 스크린을 끌어 올리면 전혀 다른 색의 공간이 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덮인 유리를 통해 전곡항 전면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붉은 등대와 바람 따라 열심히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 누에섬과 그 앞에 진열된 요트들이 뷔페를 차려 놓고 크게 음악을 틀고 와인 한 잔을 들고 좋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눌 수 있는 파티장소로 변화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린 세계요트대회에서는 이 방이 그러한 파티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다목적실은 클럽하우스의 튀어나온 두 눈 중 북서 방향을 바라보는 눈에 자리한다. 그 옆 북동 방향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에는 탄도항이 들어오는데, 이 자리는 현재 브런치 레스토랑이 개시 준비중이다.

어두운 목재와 비비드한 컬러가 어우러져 캐주얼한 브런치 카페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이 레스토랑은 요트 레저의 고급스러움을 닮았다.

레스토랑을 직접 꾸민 박용우(33) 사장은 전곡항이 외져 장사가 되겠느냐는 짓궂은 기자 질문에 "전곡항에 한 번도 안 와 보셨군요"라고 받아친다.

"1~2월을 제외하면 바닷바람을 쐬러 온 연인과 가족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연중 이어지는 곳인 데다 특히 이 건물은 굳이 클럽하우스의 문을 열고 2층까지 올라오지 않더라도 방문객들 동선에 놓인 계단을 따라 자연스레 올라오다 보면 레스토랑으로 이어져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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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에서 바라본 전곡항. 사진 오른편으로 보이는 섬이 탄도항이다.
실제로 건물은 이곳 저곳으로 트여 있다. 전곡항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왼편으로 놓인 계단이 바로 옥상으로 인도하고, 바다를 바라본 측과 마을을 바라본 측, 앞뒤로 출입구가 놓여 정문 개념이 없다.

건물은 지상부터 접근해도 좋고 거꾸로 옥상에서 아래로 내려와도 좋다.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달라지는 항구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좋다. 바다의 탁 트인 느낌이 아무 것도 정해 놓지 않은 건물 개념과 맞닿는다.

이종훈 대표이사는 "전곡항의 랜드마크로 설계된 건물인데 위엄성으로 둘러쳐져 있으면 사람들이 바다와 동떨어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위엄성보다는 친근감, 쉬운 접근성 등으로 건물이 짜이자 비로소 이곳이 훌륭한 관광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간과 사람'을 장식한 건축물은 주변환경, 그 자체를 건축물에 담으려 애썼다. 지형에 순응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곳의 자연을 전하는 건물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공간이용자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곤 했다.

이종훈 대표이사는 "바다와 요트, 아름다운 구조물들을 건물 전체로 끌어들여 오면서 공간의 아늑함을 유지하기 위해 로이복층유리를 쓰는 등 자재 사용도 환경을 최대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요트가 넘실대는 관광레저의 바다, 전곡항의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 클럽하우스는 바다를 닮은 콘셉트와 접근성 등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치러진 제19회 경기도건축문화상에서 은상을 받았다.

글=권순정 기자 / 사진=조형기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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