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진리

최일문

발행일 2014-12-0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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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수많은 사회 혼란속에서도
평범한 진리 지키려 노력하는
많은 선량들이 있는 반면
상식과 원칙·순리를
남의 일처럼 인식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거나 알아야 할 지식을 말하면서 동시에 사리분별·이해력·판단력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상식 밖이라든가 상식과 거리가 멀다든가 상식 이하라고 할 때는 무식하다는 의미와 함께 무례하다거나 또는 몰지각하다는 의미의 쓰임새도 갖게 된다. 원칙은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원칙은 통상의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가치 지향적인 규범이며 사회와 국가를 바람직하게 유지하는 보편적 기본 원리다.

그래서 원칙의 비슷한 말에는 '법'이 있다. 원칙이 세워져 존재한다는 것은 응당 준수할 것을 전제로 하므로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때는 마땅히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순리는 이치나 도리를 말하는데 마치 봄·여름·가을·겨울이 순서대로 바뀌는 것과 같고, 생로병사나 길흉화복을 거스를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이치나 도리에 따르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억지와 무리가 생기게 되므로 그 결과는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 '하늘에 순응한 자는 흥하고 하늘을 거스른 자는 망한다')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사회현상이 상식 밖이라든가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든가 상식과 거리가 먼 경우가 있다. 또 원칙에 어긋나거나 벗어난 경우도 있고, 나아가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줄여서 말하면 원칙이 무너지고 상식에서 벗어나 순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 줄여서 말하면 '평범한 진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식과 원칙 그리고 순리라고 하는 평범한 진리가 소중하고 꼭 필요한 가치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이런 가치가 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들 할까. 가치는 '옳은 것, 바람직한 것, 중요한 것, 쓸모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여 실천해야함이 마땅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나와 나의 가족, 내가 속한 집단이나 조직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영화의 대사처럼 "너나 잘하셔야 할 가치인가."

어떤 가치가 행동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식'이라는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인식이란 인지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인식은 판단이나 분별의 과정이 포함돼 있으며 단순히 알고 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세계(생활)의 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옳은 것을 알면서도 안하거나 틀린 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 경우는 가치지향적인 인식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식이 원인이다. 법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 중 누군가는 지킬 의사가 없거나 나는 안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평범한 진리인 가치를 추구하거나 지키지 않는 것은 사실상 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고 그 이유는 고의적인 인식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은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고 움직인다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는 개인으로부터 집단, 조직인데 상식과 원칙 그리고 순리를 도대체 남의 일인 것처럼 인식하므로 어떤 이들에게는 평범한 진리가 그저 귀찮고 불편할 따름 아닌가.

우리 사회가 수많은 사건 사고와 혼란속에서도 유기체의 속성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것은 평범한 진리를 성실히 지키고자 조용히 노력하는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인내와 고통의 대가다. 그러므로 상기해 보아야 한다. 세간의 상식과 원칙·순리와 같은 평범한 진리를 가장 크게 외치며 앞세웠던 힘센 이들은 누구인지, 그들이 얼마나 모범적이었는지, 또 얼마나 표리부동(表裏不同) 하였는지.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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