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북콘서트 인천, 읽어보다]정호승 시인

"고통이 없는 삶은 없어 소외이웃 관심 가져야"
짊어질 십자가 크기 달라도
그 무게는 모두에게 똑같아

윤설아 기자

발행일 2014-12-09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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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이 기쁨에게'로 등단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소외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는 정호승 시인이 8일 오후 인천 부평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정호승 시 '슬픔이 기쁨에게' 중)

197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슬픔이 기쁨에게'로 등단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소외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는 시인 정호승이 8일 부평구청 대강당에서 인천시민 200여명을 만났다. 정호승은 시를 사랑하는 인천시민들 앞에서 "시에는 이야기가 있다"며 자신의 시 여러 편을 소개했다.

먼저 그는 대표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했다. 이 시는 최근 3차 개정판을 내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에서 '그늘'은 '고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은 누구나 다른 크기의 십자가를 지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무게는 모두 똑같다"며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고 말했다. 정호승은 "우리가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부평역'이라는 시를 짓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수십년 전 어느날 부평역 앞에는 꽃을 파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시든 꽃을 팔다가 저녁무렵이 되자 남은 꽃을 수줍게 역무원에게 넘겨줬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쫓아가보니 여성은 다리를 절고 있었고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

정호승은 "여성이 자신도 힘들게 살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이 장면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호승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를 소개했다. 그는 이 시에서 '술'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엇이든 했지만 인생은 나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라며 "나도 이 시를 쓴 40대에는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시를 돌아보니 인생이 나에게 술을 취하도록 사줬었는데 그동안 몰랐다"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는 '인간의 삶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를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고 타인을 위로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콘서트 중간중간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소개한 인천시민 5명에게 시집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가수 안치환씨는 정호승 시인이 쓴 시 여러편을 소재로 만든 곡을 노래하며 축하 공연을 펼쳤다.

/윤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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