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고함

박국양

발행일 2014-12-1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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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순간부터 공인이며
24시간 환자용임을 잊지 말아야
소명을 받들고 병상 지키며
진정한 의술 펼칠때 국민들은
믿음과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는 말 외에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서약내용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대 인도의 의사서약문을 보면 '너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 해도 환자에게 헌신하여라' '생각만으로도 환자에게 해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편찬된 의방유취에 '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의학원리에 대해 널리 보고 깊이 연구해 한시도 게을리하지 말아라' '환자에게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발휘해 사람을 고통에서 구원한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지요. 모두가 의사로서의 기본 마음가짐을 이야기한 것으로 21세기인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 금언입니다.

이러한 의학의 대선배인 히포크라테스의 인술이 21세기인 지금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 또 의대를 졸업하는 의사들 마음속에 얼마나 자리잡고 있을까요?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매년 3천400명이 넘는 의대생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선서를 하지만 정작 의사로서 평생 이를 마음에 담고 실천하는 의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합니다. 세상이 물질주의로 바뀌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기적인 풍토가 경쟁적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내 것을 챙기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의료인만큼은 마지막으로 인술의 사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의대입시 면접에서 여러분들이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의학자가 돼 노벨상에 도전하겠다' '소위 바이탈사인(vital sign:혈압·맥박·호흡수·체온을 말함)을 잡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겠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병을 정복하겠다' '환자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의사가 되겠다' 등등.

그렇게 약속했던 당신들이 왜 의대 졸업 후에는 가장 생명과 직결되고 낮이나 밤이나 환자 곁에 있어야 하는 흉부외과에는 지원자가 없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올해도 흉부외과 지원율은 최하위로 20~30년 후면 여러분 자신과 자녀들의 심장수술은 중국·필리핀·방글라데시 의사들에게 맡겨야 될지도 모를 정도로 흉부외과 의사의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어디 흉부외과뿐인가요. 당직이 많고 수술이 힘든 모든 과는 소위 전공의 '기피과'가 돼가고 있으니 입학 당시 여러분들의 그때 그 맹세는 다 거짓말이었단 말입니까?

차라리 면접 때 "저는 집안이 어려워 수입도 좋고 정년도 보장되는 의사의 길을 가려고 이 길을 택했습니다"고 솔직했더라면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의대를 지원했던 진정한 이유가 단지 공부를 잘해서이든 부모님이 원해서이든 직장이 안정되고 수입이 좋아서이든 이제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가장 유능하고 실력있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동차와 반도체로 먹고 살던 대한민국은 이제 중국에 그 자리를 물려줄 때가 올 것입니다. 벌써 삼성 휴대전화가 중국의 샤오미(小米)에 추격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가 살 길은 새로운 의료의 블루오션이며 우리가 그 길을 걸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유능한 의과학자인 당신들의 머리에 의지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공인이며 24시간 환자용이며 여러분의 전화는 환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그러한 여러분을 보고 박수를 보낼 것이며 진정한 의술에 감동할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에게는 그래도 병상을 지키는 의사들이 있구나' 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의과대학생들이여, 히포크라테스의 소명으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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