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자연·삶·역사… 한편의 詩가 된 '강화'

목동훈 기자

발행일 2014-12-18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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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시인' 함민복(53). 강화 태생은 아니지만 1996년부터 줄곧 이곳에서 살았고, 강화 이야기를 시로 쓰고 있으니 '강화도 시인'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그의 대표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도 강화 이야기이다. 그는 영락없는 강화사람이다.

함민복의 고향은 충북 충주 노은면 문바위라는 작은 마을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수업료 부담이 없는 수도전기공고를 다녔다. 졸업 후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 정도 근무했다. 퇴사 후 뒤늦게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갔고, 대학 2학년 때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성선설' 전문)

함민복은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의 시집과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등의 산문집을 냈다. 그는 강화 이야기가 듬뿍 담긴 '말랑말랑한 힘'으로 박용래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등을 받기도 했다.

함민복은 서울 달동네와 친구 집을 전전하다 1996년 9월 강화군 동막리 월세 10만원짜리 빈 농가로 이사 왔다. 그는 "과거 마니산에서 내려다본 강화의 풍경도 생각나고, 집도 구하기 쉬울 것 같아 강화로 왔다"며 "역사적인 것, 자연적인 것이 있어서 글쓰기도 좋은 것 같았다"고 했다.

함민복의 글에는 갯벌의 소중함, 강화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벽 밖에서 못 박을 위치를 잡기 위해 망치로 벽을 두드린다. 아니, 그쪽 말고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기준을 바다로 삼는 이곳 사내들처럼, 나도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나아가 시를 좀더 짧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중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일부분)

그는 '물울타리를 두른' 강화의 갯벌 위에 오늘도 시를 쓴다. 밀물이 들면 그의 시는 바다가 되리라. 함민복은 내년쯤 동시집을 한 권 낼 생각이라고 했다.

/목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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