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해상시위 할까

이한구

발행일 2014-12-2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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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중국 어선 서해5도 '싹쓸이 불법조업' 심각
中어민 해양안전본부 단속대원 안 무서워해
생존권 위협받는 어민들 생계대책 요구 당연


"해경이 없어지면 큰일인디. 중국 어선들이 무서워 조업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구먼."

지난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양경찰 해체 발표에 대한 전라도 신안군 어민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 침몰여파로 나라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여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조심스러웠다. "나라님께서 하신 일이니 어련히 잘 하시겠는가"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일 겨울의 진객 '흑산홍어' 조업에 나선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역에 떼로 몰려들어 그물에 걸린 생선은 물론 해상에 설치한 어구들까지 몽땅 훔쳐간 것이다. 지난달부터 홍어잡이에 나선 신안군의 흑산도 어선 6척은 작게는 1천만원에서 최고 6천만원 가량의 재산손실 피해를 입었다.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 어민들의 처지는 더욱 절박하다. 지난 수개월간 중국어선 500~700척이 대규모 선단을 이뤄 서해최북단 어장을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어선들을 바다에서 내쫓고 있는 것이다. 물도 제대로 새지 않을 정도로 올이 촘촘한 그물로 바다 밑바닥까지 훑는 탓에 어족 자원의 씨가 마를 판이다. 지난 11월 26일 어민 160여명이 소청도 남쪽해상에서 시위를 벌였다. 서해 5도는 생계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정부에 대해 집단이주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옹진군 어민들의 데모는 현재진행형이다.

동해안에서도 무리로 몰려다니며 싹쓸이하는 등 우리 바다를 자기네 안방처럼 마음대로 누빈다.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2년 8천731t에서 지난해에는 1천813t으로 급감해서 '울릉도오징어'타령이 민망하다. 중국어선들의 우리 영해내의 불법 조업은 갈수록 심해지면서 해적행위 격증 내지는 심지어 단속하는 해양경찰에 대한 무력시위도 다반사다.

한국과 중국의 합의에 의해 매년 1천600척의 중국어선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와 6만t을 어획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3천~4천척이 마구잡이로 남획(濫獲)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정책연구소는 2012년의 피해규모를 1조3천5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당해연도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62%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어선 1천~1천500척이 불법조업한 경우를 전제한 것이어서 실제 손실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다.

우리 해경에 나포될 경우 담보금이 척당 수천만~수억원에 불과해 불법조업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훨씬 큰 때문이다. 올해 불법조업이 특히 심했던 것은 또 다른 이유이다. 매년 500여척 내외를 단속했으나 금년엔 중국어선 단속실적이 50%로 격감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상당수의 인력과 장비가 진도 사고현장에 동원돼 단속 여력이 매우 취약해진 것이다. 해경의 해체는 설상가상이었다. 해양경찰청이 경찰이란 이름이 빠진 해양안전본부로 변경되면서 중국어선들이 단속대원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해경해체 소식에 중국어민들은 만세를 불렀다는 소문이다. 해양경찰로부터 육지경찰로 업무이관 과정에서 상당기간 동안의 시행착오 내지는 업무분장이 제대로 안돼 빚은 혼선은 화를 더 키웠다.

앞으로가 더 큰일이다. 해경청이 신설된 국가안전처 해양안전본부로 편입되면서 해상공권력이 약화돼 효율성이 떨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일선의 해양경비안전서는 초동수사권을 확보했으나 관련된 다른 위법사항에 대한 보강수사는 일일이 육지경찰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일본 등이 해상기관을 잇따라 강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국내수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터에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격앙된 일부 어민들은 화염병을 제작해 자체적으로 불법어로에 대항하겠다는 소문도 들린다. 불법조업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영해내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또한 우리의 바다는 5천만 국민을 부양하는 소중한 식량창고다. 치안부실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어민들이 정부에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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