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

이백철

발행일 2014-12-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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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대개 우린 도덕군자가 아니며
과오의 반복속에서 살아 가는
숙명적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상대를 비난하고 처벌 원하기전
자신의 내면을 먼저 정직하게
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다


밝아오는 새해를 몇 날 앞둔 이 시점에서도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 최고 고위층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되는 범죄로부터, 사회 저변의 풀뿌리 계층의 공동체 해체에서 오는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려스러운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념적 측면에서 사회구성원이 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국가는 어떤 해결 방식을 택하고 있는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

어느 사회에서든 보수와 진보진영이 존재한다. 양 진영의 이념은 지향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실천과정에서 표출되는 괴리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근원이 돼왔다.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차이는 범죄행위에 대처하는 수단인 형벌정책에서도 대립적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범죄인을 손익 계산해 행동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을 중시한다. 따라서 국가는 해악을 끼친 대가로 범죄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범죄행위를 개인적 판단의 결과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인을 불평등한 사회구조나 유해환경의 희생물로 간주하고 치료나 교육을 통해 이들을 개선시키는 정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러한 양 진영의 정책은 극렬한 상호논쟁 속에서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없이 실험됐지만, 21세기 이 시점에도 여전히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있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양 진영의 틀을 초월한 보다 이상적인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영역의 한 측이 다른 한 측을 일방적으로 처벌하거나 교육하는 기존의 체계를 탈피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이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가 근간으로 하는 가정(假定)이 왜곡됐으며, 그 대처방식 역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와 진보진영은 모두 사회구성원을 사법적 결정에 따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한다. 즉 '고쳐져야 할 나쁜 사람'과 '고쳐질 필요가 없는 좋은 사람'으로 양분돼, 범법자는 나쁜 사람으로서 처벌받거나 고쳐져야 하며, 범법자가 아닌 그 밖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서 고쳐질 대상이 아니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이는 예컨대, 국가를 대표하는 사법기관(좋은 사람)이 범법자(나쁜 사람)를 처벌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범죄를 어떻게 퇴치하느냐'의 해답을 찾는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정과 방향의 문제점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의 구도로 짜인 권력질서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 베일에 가리어 '좋은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부정부패에 물든 정치·법조·경제 및 교육 영역의 사회지도층들은 물론, 층간소음·주차시비·위장전입·세금포탈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세 영합적이며 이기주의에 물든 숱한 일반인까지를 포함해 과연 이들이 '좋은 사람'측으로 분류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즉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안 들어간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구분돼 도덕적 면죄부를 받게 되는 가정이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심판해 처벌하고 교육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도덕적 우월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우리는 지고(至高)한 도덕군자가 아니며 과오의 반복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적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상대를 비난하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자신의 내면을 먼저 정직하게 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일 것이다.

밝아오는 새해 아침, 우리 모두가 잠시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자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아마도 그 잠시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우리 사회를 온전히 상대를 배려하는 온정적 사회로 변화시키는 작은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 본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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