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직장

최일문

발행일 2014-12-3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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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무조건, 당장 남부럽지 않고
월급 많은 직장 가려하지 마라
적성 맞고, 재밌고, 관심 있고,
전공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라
그런 직업이고 직장이라야
후회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구직과 퇴직이다. 20·30대 젊은이들은 일하고 싶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고 50·60대 중년들은 쉬고 싶어도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청년이든 중년이든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다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을 얻어 '오래 다니는 것'이 절실하다.

슬픈 일이지만 먹고 사는 것이 급하다는 생각이 앞서면 대부분은 놀라운 인내와 너그러움을 발휘하게 되며 자존심이나 정체성·자아실현과 같은 말들은 사치스러운 개념이 될 뿐이다. 그래서 자칫 아주 나쁜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 결코 구성원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이외에 충분한 급여나 보상을 해주지 않을 것이며 신분은 항상 불안해 진다. 이렇게 되면 직장은 일자리가 아닌 밥그릇이나 밥줄이 돼 버린다.

그래서 청년들에게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가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학업을 마칠 즈음에는 어떤 직장에 선택될 지가 더 현실적이 된다. 원론적으로 직업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계속 종사하는 일이고 직장은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므로 직장은 직업보다 뒤에 고려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실제는 직장이 더 아쉬운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원하는 직업의 가치를 우선하기에 앞서 오래 안정적으로 일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 졌고 그래서 평생직장을 선호하게 됐다. 공무원이나 교사 혹은 사(士, 師)자가 뒤에 붙은 자격을 갖추고자 하는 이유다.

의학이 발달하고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100세시대가 곧 임박하게 됐다는 기대는 미흡한 노후보장 체제 하에서 직장을 더 아쉽게 한다. 법적으로 정년을 연장한다 한들 그 때까지 재직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타의에 의해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재취업을 하든 아니면 자영업을 하든 생계를 위한 전쟁터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퇴직하게 되는 중년들의 입장에서 지금의 현상이 계속된다면 재취업을 위해 청년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직이라는 전쟁터와 자영업이라는 전쟁터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전쟁터라는 곳이 살아 돌아오거나 아니면 죽는 곳 아닌가. 지난 IMF사태를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례를 보았는가. 전쟁터는 윈윈(win-win)이 말처럼 쉬운 곳이 아니다. 그러니 생존을 위해 싸우며 살아서 버틸 수밖에 없다.

'땅콩회항'으로 회자되는 기업의 신문기사 밑에 어느 누군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래도 나는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아마도 그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누군가는 이런 댓글을 달고 싶어 했을 지도 모르겠다. "'황제경영'이든 '족벌경영'이든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고. 대학으로 이직하기 전 다니던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한때 사직서를 몇 달 동안이나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필자의 경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그래서 매년 1학년 신입생들과 마주하는 첫 강의시간에 예외없이 질문하는 것이 있다. "학생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가,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가. 평생 후회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조건 남부럽지 않다고 얘기하는 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 당장 월급 많은 직장에 가려하지 마라. 그 대신 먼저 적성에 맞는 것, 재미있는 것,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전공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라.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직장은 선택하는 것이지 선택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 직업이고 그런 직장이라야 만족할 수 있고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 둘 수 있다. 그러니 함께 노력해 보자."

이제 새해 2월이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갈 것이다. 그들 모두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고 후회없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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