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복원이 절실하다

최창렬

발행일 2014-12-3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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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교수
지난해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 싼 NLL정국, 이석기내란 음모사건 발표와 법무부의 통진당해산심판 청구 등의 정국이 지나고 갑오년 새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출발했다. 의미있는 화두였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로도 열지 못하고 빛바랜 구호에 그쳤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적폐가 민낯을 드러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과정에서 진영논리가 작동하면서 '정치'는 설자리를 잃었다. 청와대와 주파수 맞추기에 급급한 집권여당과 무능한 야당의 적대적 공존의 당연한 귀결이다. 인사실패가 늘 지적돼 왔지만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두 총리후보자의 낙마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은 불통논란을 재연시켰고 폐쇄적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념갈등에서 비롯된 종북논란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을 가져왔다.

정치로 풀어야 할 난제와 의혹들은 사법의 영역으로 떠밀리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한국정치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 관용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정치사회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귀착지는 진영 논리다. 진영논리의 구조적 요인은 남북분단이지만 분단이라는 특수성만이 아직도 강조된다면 이보다 더 퇴행적일 수 없고, 냉전적일 수 없다.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적대와 대립의 프레임은 결국 정치의 왜소화와 퇴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권력의 최고정점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정치 자체를 왜곡시킨다.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여야의 2차 합의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함으로써 여당의 자율성과 '정치'기능을 결과적으로 봉쇄했다. '청와대문건 유출'사건에서 수사의 방향이 정치권력에 의해 구도자체가 설정되는 현실에서 실체적 진실의 규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항간의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해산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 낸 역사적 결정"이란 대통령의 언급은 통진당 당원 전체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의 발빠른 착수로 연결됐다.

한국정치의 퇴행적요소를 배척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여당이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야당이 책임을 방기하는 현실이 소통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 지난 해와 올해의 박근혜 정부 2년을 관통하는 프레임은 사안이 결국 진영 논리로 귀결되고 편가르기로 귀착되면서 역설적으로 두 이념적 극단이 '공생'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복원의 주체는 역시 정당이다. 정당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관리될 수 없다. 갈등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갈등을 최소화하고 불거진 이해의 상충이 제도권내에서 건강하게 토론될 때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간의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전제한다면 이의 메카니즘은 역시 정당정치일 수 밖에 없으며, 균열의 조정과 합의 도출은 정당의 몫으로 귀결된다.

집권당이 중심을 잡고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청와대에 알리고 대통령에 대해 시민사회의 비판과 지적을 여과없이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도 정당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심기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현재의 당청관계에서 여당의 존재감은 초라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와 당과 정부가 권위를 가지고 각자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은 2·8전당대회를 계기로 고질화된 계파온존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도, 미래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에게 지지를 보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치의 복원없이 정책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없다.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리더십이 아쉽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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