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천 가치와 인천 인문(人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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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식
오랜세월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과 흔적들이 더해져
문화·역사가 돼 가치 완성
스토리텔링은 현재 생활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들을 발굴
인문적으로 해석하는 것


칠팔 년 전쯤 캐나다 동부의 대서양 연안지역을 한 일본인 친구와 같이 한달여 동안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도 오타와에서 출발해 두명이 번갈아 차를 몰고 몬트리올·퀘벡을 거쳐 뉴펀들랜드 지역까지 둘러보는 5천여㎞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일본인 친구의 제안으로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삶을 설명하게 됐는데,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가족, 그리고 고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죠.

제 얘기 가운데 그 친구가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린시절 인천에서의 어려웠던 생활과 고등학교 청소년기의 고민, 그리고 대학에서의 반정부 시위 등 젊은이의 사회참여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기의 지역 현실이 어땠는지, 무엇이 계기가 돼 학생운동 등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국인 친구의 깊은 반응이 흥미로워 얘기를 끝낸 후 되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미있냐?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아련한 추억에 관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거칠고 힘들었던 그 시기 고단했던 일상에 대한 얘긴데…."



그는 가까운 이웃 국가에 살았지만 자신은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어려운 시기를 용케도 잘 견뎌온 한국 사람들의 삶과 그런 가운데 새롭게 변화를 도모해 온 그 알 수 없는 힘이 부럽다는 얘길 더했습니다. 70~80년대 엄혹했던 시절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동시에 이뤄진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그 격렬했던 과정이나 의미가 일본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뭔가 본능적인 역동성이 한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속에 있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요즘 인천 가치가 대세(?)인 듯합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적극 고려해서 새로운 차원의 지역발전을 기획하고, 시민들도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삼자는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동안 과소평가됐거나 간과했던 인천의 물리적 고유자산과 공간적 이점을 '인천가치'로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천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가자는 것이죠. 인천에서 처음 비롯된 의미있는 시작들과 수많은 섬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들이 인천 고유의 현실적 또는 잠재적 가치의 구체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기도 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자기 지역이 가진 장점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시민들의 촉발된 관심과 자부심을 에너지로 삼아 현재의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니까요. 특히 그동안 시민들이 인천을 그다지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천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개발해 내는 과정은 여러측면에서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저는 '지역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 봅니다. 어느 공간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적·물리적 또는 지정학적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그렇게 발현되는 게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의 고유자산만 가지고서는 어느 한 지역이 그 장점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도시가 진정한 의미의 가치를 가지려면, 가치를 부여하는 범주에 거기서 오랜 세월 살아왔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만들어낸 흔적들이 더해져야만 할 것입니다. 삶과 흔적들이 문화가 되고 세월을 거쳐 역사가 되면서 다른 측면의 가치들과 합쳐져 이른바 인천 가치를 완성하게 될 겁니다. 당연히 거기엔 많은 얘기들이 녹아 있겠죠.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이란 바로 이렇게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생활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을 발굴해내고 인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인천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인천의 고유한 가치를 운위할 때 인천의 지리적·물리적 가치에 인문적 가치가 더해져야 하는 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그 외국인 친구의 인천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에 재미있고 의미있게 답할 수 있는 인천의 인문적 스토리텔링이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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