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이야기]세번째┃무지개교육마을

'삶과 교육은 하나' 부모·아이 함께 배운다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5-01-1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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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대안학교 운영
과천지역 교육공동체
30명 모여 10년간 성장
장애·비장애 경계없고
의·식·주 주제로 공부
부모도 교육받으며 변화

저소득층 돕는 봉사 등
지역민과의 연대도 중시
각종 사업·활동도 활발
대안학교 성공위한 조건
자발성·리더 양성 손꼽아
"사업 아닌 사람에 투자를"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는 언제나 긴장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 예사로 튀어나오고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기 일쑤다. 그런데 손수민(15)양과의 대화를 마친 후에는 청량감이 느껴져 미소가 절로 나왔다. 참 반듯하면서도 말랑한 아이였다. 손양과의 대화는 '무지개학교'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키웠다.

'무지개학교'는 과천시에 있는 대안학교다. 공원마을길에 초등무지개학교가 있고, 샛말로에 중등무지개학교가 있다. 학교를 중심으로 '무지개교육마을'이 존재한다. 지난 주 소개한 '문탁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교육공동체마을이다.

다른 점은 문탁이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주체라면, 무지개교육마을은 공부를 시키려는 사람들, 학부모들이 주체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녀교육이 경쟁 일색, 사교육 지향이라는 큰길로 뻗어가는 동안, 이들은 좁은 샛길을 개척했다. 이 마을 사람들의 모토는 '삶과 교육은 하나'다.

이 모토를 상식으로 여기는 30여명의 주민이 모였다. 2003년 초등학교를 설립하고 운영철학을 세웠다. 2007년부터는 교육과정을 정립하고 마을 조직을 체계화 하는데 힘을 모았다.

2011년에는 6년과정의 중등학교를 설립했다. 역사가 10년이 넘었다. 무지개교육마을은 이제 견고한 다리처럼 사람과 지역사회를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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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시 문원동 '무지개의 날' 행사
수민이는 8년동안 무지개학교에 다녔다. 올해 중등학교 3학년이 된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는 직접 만든 옷을 선보였다. 초등3학년부터 진행되는 살림반 수업에서는 '의', '식', '주'를 주제로 공부를 한다. 이는 우리 삶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주제이며 삶의 근본이 되는 것들이다.

무지개마을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런 것들도 배운다. 수민이는 이중에서도 의복에 관심을 더 두었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다. 장래희망은 이것 말고도 많다. 사육사도 되고 싶고, 보육원 선생님도 되고싶고, 해외봉사가, 요리사, 사업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누군가 옷을 사는 만큼 기부가 되는 의류회사를 구상했단다. 이 모든 장래희망은 나눔과 연관돼 있다. 배움과 삶이 하나인 것처럼 아이들의 일상은 나눔과 분리되지 않는다.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이 비결이다. 아이들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너와 나를 나누지도 않고, 상호 배움과 경험을 골고루 나누며 성장하고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을 부족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이게 수민이의 궁극적인 꿈이다.

이번 겨울 방학 계획은 '휴대전화 안 쓰기'다.

"휴대전화랑 너무 친한 것 같아서 방학 동안 만이라도 없이 살아보면 어떨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2~3일정도는 불안하기도 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책을 읽을 시간도 많아지고,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선한 효과를 발견한다.

수민이의 학창시절 목표는 수학 1등이나 서울대 진학이 아니라 '한 가지 일에 깊이 파고드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무지개교육마을 주민들은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른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마을 주민이 돼야 아이를 무지개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다. 주민이 되려면 부모도 일정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최소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야 한다.

이렇게 배우는 동안 어른도 변한다. 마을 이장 손승택(52)씨의 별명은 '고래'다. 마을 사람들끼리는 지역·문화·연령의 장벽을 없애고 친밀감을 높이고자 서로 별명을 부른다. 고향이 부산이기도 하고, 넉넉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고래 이장님'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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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마을학교 사업'얘들아, 나들이가자'
18년 전부터 과천에 거주했고, 2006년 무지개 마을 주민이 됐다.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가장이며 아버지다.

"원래는 좀 독단적이고 고집있는 성격이었어요. 여기 주민이 되고, 지난해부터 이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소통하고 참여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죠." 그는 무지개마을을 고향으로 여기며 산다.

"마을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자신도 안정감과 따뜻함을 느껴요. 부산에 부모님이 계시지만 돌아가시고 나면 잘 가지 않게 될텐데 그러면 여기가 고향이지요. 특히 정서적인 면에서는 지역공동체가 고향의 역할을 하게 되리라 봅니다."

사람이 만든 마을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그리고 이들은 마을 밖의 환경을 바꾸기도 한다. 마을 행정 간사 '지붕(박미봉)'씨는 이런 변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과천 안에는 무지개 마을 말고도 대안학교와 육아공동체가 여럿 있는데, 이들로 인해 공교육도 변화가 생겼어요. 학부모운영위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졌고, 건강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고." 무지개마을은 다른 공동체마을 사이의 연대뿐 아니라 지역민과의 연대도 중시한다.

과천지역내 독거노인 주거 개량사업도 펼치고 장애인 복지관과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를 돕기도 한다. 도배를 도맡아 하는 주민도 있고, 수도 배관공사를 척척 해내는 주민도 있다. 학생들도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서 한다.

마을 사람 누구나 우리가 사는 곳에 배움과 삶이 있고, 더불어 살아야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사실을 이들은 실천을 통해 삶 속에 녹였다.

지난 2013년, 무지개교육마을은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 한마당'을 열어 이를 축하했다. '이야기 한마당'은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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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산행팀'의 관악산 나들이
정책 간사 '노래(주민화)'씨는 "10년이 지나니 숙제가 많아지더라"고 운을 뗐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30명으로 시작한 주민은 270여명으로 늘었다. 16명이던 학생도 초·중등 모두 합쳐 150명이 넘는다.

교육사업 외에도 품이나 재화 등을 주고받는 '어울림 품앗이', 텃밭을 일구는 '텃밭 노작' 등의 마을 사업과 지방자치단체 예산감시활동, 지역신문 발간 지원 등 지역 연대 실천활동 등을 벌여왔다. 외연의 확장은 밀도를 낮추게 마련이다. 노래씨는 내실을 다져야한다고 말했다.

"마을 학교를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마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을에서 적립하고 있는 지역방과후기금을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대안학교의 경제적, 문화적 문턱에 대해서도 생각할 때예요."

1년이 더 지난 시점의 이야기지만 노래씨의 말에서는 여전히 역동성이 느껴진다. 단지 흘러가버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고, 대안학교의 인기도 높아졌다. 무지개학교의 10년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래씨와 지붕씨는 이구동성 강조했다.

"사람이 있으면 성공하고, 없으면 실패해요." 공동체가 지속가능하려면 주민들의 자발성과 더불어 활동가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패하는 공동체를 보면, 대부분 공동체의 원리를 실천하고 운영할 사람이 없어요. 키워내지 못하는거죠. 돈을 아무리 써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소용이 없죠. 사업에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어요."

/글 = 민정주기자 사진 = 무지개교육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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