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와이드

[금요와이드·헬스]끊기 힘든 '흡연의 유혹' 이기려면…

당신의 생명을 태우는 담배… "이제는 꺾어야 합니다"
934859_496243_2630
정부 담뱃값 인상 '강력한 금연법' 시행
흡연자들 새해 금연클리닉 방문 북새통
담배 끊고 1~2주사이 금단증상 '최고조'
니코틴패치·정기적운동 흡연욕구 줄여


을미년 첫달도 어느덧 절반이 지난 지금, 작심삼일을 어렵게 넘긴 금연 결심자들에겐 매일매일이 유혹과 위기의 연속이다. 담배의 금단증상은 금연 1~2주 사이에 절정을 이루기 때문에 금연의 굳은 결심을 다진 사람도 이맘때면 처음의 다짐을 저버리고 다시 값비싼 담배에 손을 대기 쉽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는 이미 흡연자의 편이 아니다. 흡연구역은 점점 좁아져만 가고 담배 한 모금을 위해선 인적이 드문 뒷골목을 찾아 헤매야 한다. 그렇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담배를 피우려 해도 길을 거니는 사람들은 흡연자들에게 '사회 낙오자'를 보는 듯한 눈총을 보내기 일쑤다.



당신 역시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금연을 결심했을 터다. 지긋지긋한 담배, 끊기로 결심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끊어야 한다.

■ 직장인 민모(35)씨의 금연일기

-금연 1일째.

민씨는 왜 사람들이 금연을 어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비싼데다 피울 곳도 없는데 이정도면 치사해서라도 끊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몸에서 나는 담배냄새 때문에 두살이 된 딸아이에게마저 담배를 끊으라 구박받던 민씨였다.

무엇보다 민씨는 마음만 먹으면 담배를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씨는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래. 이 담배를 마지막으로 끊어버리자'.

-금연 5일째.

민씨는 아직 담배를 미친듯이 피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축축 처지고 짜증이 나는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민씨를 괴롭히는 건 3일째로 접어든 변비증세였다.

예전에는 하루 두번도 모자라던 민씨에게 며칠째 큰일을 해결하지 못한 '큰일'은 너무 무거웠다. 몸 안에 들어있는 이물질의 존재가 이렇게 생생히 느껴지는데 도무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담배 생각이 절로 난다.

-금연 10일째.

오후가 되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민씨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책상 한 귀퉁이의 금연패치와 껌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말 회사에서 금연을 하겠다는 사원들을 모아 금연교육을 하면서 챙겨둔 것이었다.

그러나 민씨는 금연패치 대신 외투를 들고 흡연구역이 있는 회사 앞 정자로 나선다. 지난 7년간 수없이 오간 이 길이 불과 10일만에 낯설게 느껴진다.

며칠전만 해도 한산하던 흡연구역은 어느새 다시 예년의 모습을 회복했다. 삼삼오오 모여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과 민씨는 공범자 특유의 눈빛을 주고받는다. 민씨도 그들 틈에 들어가 담배 한대를 건네받아 입에 문다.

이내 흐렸던 시야가 맑아지고 정리되지 않던 머릿속이 깔끔히 정돈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수분뒤, 꽁초와 침이 수북이 쌓인 재떨이에 다 핀 담배를 밀어넣으며 자괴감과 후회,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같이 밀어 넣는다.

-금연 실패 1일차.

이제 음력 1월 1일을 다시 기약해본다.

■ 담배, 그 끊을 수 없는 유혹

934859_496242_2630
사실 민씨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만큼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15일 대한암학회 금연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약물이나 다른 도움 없이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4~7%에 불과하다. 담배의 니코틴은 재흡연 욕망을 유발하는 물질로,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나타내기 때문에 마냥 참는 것은 어렵다.

이날 오후 3시께 수원의 한 보건소 금연클리닉 역시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달 초, 매일 100여명의 금연희망자들이 찾아와 상담 테이블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담사들은 금연클리닉에서 담배를 끊기 위한 첫 걸음은 첫 방문 이후 두 번째로 클리닉을 방문하는 것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새해가 되면 당찬 포부로 금연클리닉을 찾았다가 첫 방문이 마지막 방문이 되는 사람들의 비율이 60%가 넘는다.

편의점 담배 판매대도 어느새 금연법 시행 이전으로 돌아갔다. 특히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일부 담배는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금연정책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 이상 지켜봐야 한다"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이지만 그만큼 담배를 끊는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작심삼일을 막기 위해선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몸에 붙이는 금연패치와 껌, 빨아먹는 알약 등 니코틴 대체제들을 활용하면 금연 성공률을 2~3배 정도 높일 수 있다.

어렵겠지만 술자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면 흡연 욕구가 강하게 일어날 뿐 아니라 자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설사 술자리에 가더라도 강한 흡연 충동을 느낄 때면 심호흡을 여러차례 한 뒤 찬물을 천천히 마시거나 껌이나 사탕을 먹는 등의 방법으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또 스트레스를 담배로 해소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개 흡연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로 해소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비흡연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법 역시 담배 이외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운동이다. 격렬한 운동 뒤 땀을 흘리고 나면 신선한 공기가 더 생생히 느껴져 흡연 욕구가 줄어든다.

또 운동을 하면 금연 이후 회복을 시작한 심폐기능을 스스로 체감하게 돼 금연 의지를 되새겨 주는 계기가 된다.

식후에 흡연하던 버릇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람은 식사자리가 끝나자마자 양치질을 해서 입을 개운하게 한 뒤 평소 담배를 피우며 보냈던 시간을 다른 일에 할애하는 것이 좋다.

식사를 할 때도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은 삼가고 적당량만 가볍게 먹는 것이 흡연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금단증상은 첫주가 가장 힘들고 차츰 줄어들기 때문에 처음에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전국 어느 보건소에서나 금연클리닉이 마련돼 있어 금연상담사가 상담과 니코틴 대체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힘들 때마다 방문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권준우기자

경인일보 포토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권준우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