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
임신한 후 당연하게도 많은 것들이 바뀐다. 몸도 마음도 마치 놀이기구처럼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그 작고 사소한,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험난한 파도를 헤치는 것 같은 변화의 순간들을 잡아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일상만화를 그린 작가의 힘이다. 난다 작가는 2010년 다음에 <어쿠스틱 라이프>를 연재하며 데뷔했다. <어쿠스틱 라이프>는 게임회사에 다니는 남편 한군과 난다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시즌 9까지 총 200화를 연재했다. 연재를 하던 중 난다 작가도 엄마가 되었다.
6주가 되어 심장소리를 듣는다. 8주가 되면, 먹고 싶은 것들이 계속 바뀌는 입덧이 시작된다. 그리고 순간순간 몸의 변화를 실감한다. 문득 "내 몸이 어떤 목적성을 띠고 배열을 바꾸고 있다"고 느낀다. 만화는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시간의 일상적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특히 주인공 백홍치의 담담한 내레이션이 자주 등장하는데, 탁월하다.
20주가 되면서 엄마 백홍치는 태동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아빠 마수철도 태동을 느끼는데 성공한다. 놀랍게도 잊어 버렸던, 혹은 지쳐서 밀쳐놓았던 그 때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돌아왔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아내의 배 안에서 꼬물거리던 작은 손과 발의 느낌. 이 만화는 그 시절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생각지 못했던 감동을 줄 것이다. 작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시간들을 드러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잊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드라마틱하고도 격렬한 변화를 느끼는 백홍치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마수철도 변화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만화는 임산부의 몸과 마음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눈다. 임산부를 위한 배려, 작업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문제 같은 고민들이 이야기 안으로 들어온다. 난다는 일상의 순간을 유쾌하게 잡아내는 '일상만화'의 작가다. 일상과 마주하는 힘으로 임신과 출산의 순간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 만화가 지닌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 이를 위해 구태여 멋진 그림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다양한 정보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대신 <내가 태어날 때까지>에는 그 때의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아기와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는 벅찬 감동이 있다. "안녕, 아가야. 엄마야."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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