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벽두 비극에 대한 골든타임 이야기

홍문기

발행일 2015-01-1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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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대형화재·아동학대·살인사건…
정치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당리당략적 골든타임 주장으로
과거 '혹세무민' 또 시도한다면
사회는 참사당하고 사후약방문에
몰두하는 바보짓 올해도 계속된다


골든타임(Golden Time)은 사건·사고 발생시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을 요하는 초기의 짧고 중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특히 세월호 선체 침몰직전 날려버린 초기 구조가능 시간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그런데 신년 벽두부터 우리 사회는 또 다시 골든타임을 놓쳐 엄청난 비극들을 겪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 중요성이 지긋지긋하게 강조된 골든타임을 또 놓친 이유는 도대체 뭘까?

화재는 조기 진화가 중요하다. 의정부 화재의 경우 화재발생 후 13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4명이 죽고 128명이 다쳤으며 건물 4채가 전소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간격, 풍향·풍속,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 무수한 이유가 있지만 의정부 화재가 참사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는 불법주차로 인해 화재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인명살상 범죄는 사전예방 골든타임이 있다. 얼마 전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안산 '인질 살해사건' 피해자도 인질극 며칠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부부간 사소한 다툼이라며 형식적인 고소절차만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26일부터 적용되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범죄로 긴급을 요할 경우 경찰은 가해자 퇴거 등 격리 조치를 통해 인명살상 범죄 예방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있다. 당시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피해자의 부상을 부부 간 사소한(?) 다툼의 결과로 치부해 법이 보장한 인명살상 예방 골든타임을 놓쳐 두 명이 살해되는 인질극이 벌어졌다.

아동학대도 피해자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골든타임이 있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보육교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자주 폭행과 폭언을 해온 사실이 각종 증언과 해당 어린이집 CCTV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평소 이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반찬을 뱉거나 밥을 흘리고 먹으면 때렸고 낮잠을 안자면 이불과 베개를 집어던졌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아이들은 밤새 울며 그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절규했지만 그 절규 가득한 골든타임을 놓친 틈을 타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는 계속 자행된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쳐 불안하고 위태롭게 시작된 신년벽두에 또 다른 골든타임 논란은 우리를 절망시켰다. 개헌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경제의 골든타임을 강조하자 야당 비대위원장은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외쳤다. 이 개헌의 골든타임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인지 궁금하다. 국민은 화재에서, 살인사건에서, 아동학대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까워하는데 정치권은 개헌의 골든타임을 논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또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다. 정치권은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정부와 국민은 무엇이 골든타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법주차가 대형화재를 유발시키고, 사소한 다툼에서의 부상이 살인범죄를 초래하고, 상습적 구타가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은 깨달아야 한다. 당리당략적인 골든타임 주장으로 과거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정치권이 또 시도한다면 우리사회는 거대한 참사를 당하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몰두하는 작년의 바보짓을 올해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신년 벽두 필자의 비극적 골든타임 이야기가 중요한 일의 결정적 순간을 실수로 망치지 않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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