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와 베이비부머

김창수

발행일 2015-01-2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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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법' 되레 비정규직 양산 부작용 낳을수도
청년세대·은퇴자 경제적 곤란 상실감과 우울감
임금피크제나 잡셰어링 같은 제도도입 적극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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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우리 국민은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탄식으로 보내며 우리사회의 안정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하고 분노하는 해였다. 또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일상과 삶의 불안과 절망을 새삼스럽게 돌아보는 한해이기도 했다. 안팎의 불안이 우리사회와 개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입단 문턱에서 좌절하고 종합무역상사의 비정규직 사원이 된다. 그의 소망은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장그래는 낙하산이라는 질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정규직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바둑판에서 생존의 최소 조건인 '두 집'을 내지 못한 것이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각박하다. 청년실업 400만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의 애환 이전에 취업의 문턱도 통과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말 기준 고용동향은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취업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53만3천명 늘면서 12년만에 최대 폭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50대이상 연령층이었으며, 청년실업률은 9.0%로 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고용의 질이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었다.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기간을 35세이상 근로자 본인이 원할 경우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미생'의 주인공 이름을 본 따 '장그래법'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 하기 어렵다. 불안한 비정규직의 연장책으로 비판받고 있듯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낳을 가능성이 있어 꼼꼼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20대들은 인턴으로 고용됐다가 계약종료와 함께 버려지거나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두 집'을 내지 못해 미생마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장그래'들의 삶이라면, 완생이라고 믿고 있던 '대마'가 한 순간에 미생마로 바뀔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는 것이 50대가 처한 현실이다. 50대는 주로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이다.

내년부터 60세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형태로 정년 전 퇴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 중 50년대생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던 2011년에 이어 올해는 간신히 직장에서 버티고 있는 60년대생 베이비부머의 '퇴직 쓰나미'가 덮쳐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침체와 저성장의 늪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비극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노후준비 없이 정년을 맞이한 50대들은 상당수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이 뛰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선진국에 비해 그 비중이 2배이상 높다. 음식업의 경우 5년 평균 생존율이 27%에 불과한 개미지옥이라는 점이다.

우울한 베이비부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구책 중의 하나는 은퇴자들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집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도심의 주택을 정리하고 외곽이나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것도 선택지 중의 하나다. 도심과 외곽지역의 부동산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다. 전원지역이나 농촌지역으로 옮길 경우 주거비와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들어간다. 그러나 노후자금의 절대액이 부족한 사람들은 일정기간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생활권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청년세대와 은퇴자들이 겪어야할 경제적곤란 상실감과 우울은 우리사회가 '다걸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사회의 장그래들과 베이비부머들을 위해 임금피크제나 잡셰어링(일자리나누기)과 같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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