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24]부평작전교회

주택가 한복판 길게 뻗은 '성전'… 삶의 온기 지탱하다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5-01-27 제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937927_499278_1644
▲ 교회의 남동쪽 주출입구. 주 계단과 투명 유리로 이뤄진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소통)을 높이기 위한 출입구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대지 폭 16m' 좁고 긴 입지
기존 사회적 통념에서 탈피
주출입구 계단·투명 승강기
적절한 천장 조명·낮은 단상
'커뮤니티' 접근성·기능 높여
새벽예배·식당 역할도 충실


937927_499282_1644
'과연 이렇게 좁고 긴 땅에 교회가 들어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뒤로 하고, 오히려 장애에 근거해서 다이내믹한 형상을 만들어낸 어싸일럼의 김헌 소장과 팀원들.

거대한 덩어리에 담겨진 프로그램들과 비정형적인 공간 구조는 대자연 속의 원시 집회 공간의 모습을 띠며, 앞으로 변화될 주변 풍경의 새로운 시작점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테르니 앤 데코 2014년 6월호 '스튜디오 어싸일럼-Sinew' 전문>

해마다 선진 건축문화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기여한 건축물의 설계자와 건축주를 선정해 시상하는 인천시는 2014년 10월, 그해 인천광역시 건축상 수상작으로 'Sinew(부평작전교회)'를 선정했다.

당시 건축상 심사위원들은 '부평작전교회'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폐막식이 열렸던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놓고 심사 막판까지 저울질을 했다는 후문이다.

건축상 심사위원회는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로 "'부평작전교회'는 작은 부지와 좁은 도로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건축물의 효율적 배치, 건축물 높이의 사전 제한을 활용한 다양한 매스의 적용, 여러 형태의 자연광을 이용한 창문 등 설계의 독창성 등이 시공의 우수성과 어우러진다"면서 "건축사 등 설계자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은 소규모 건축물의 좋은 사례로, 건축상 선정 취지인 건축문화 유도 및 발전에 많은 도움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937927_499279_1644
▲ 목사실과 교육관 등 부대 시설이 있는 서편 모서리 부분에는 내부의 환기와 일조가 고려됐으며, 역시 갈라진 표피 사이로 사람들을 이끈다.
올해 첫 '공간과 사람'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부평작전교회를 찾았다. 김헌 건축사와는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건축사는 지난해 인천시 건축상 응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관련 구조물들과 송도국제도시에 거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문화(건축) 자체가 아닌 산업 등 다른 시선으로 수상작이 선정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번 수상 결정은 문화적으로 인천시와 시 건축상의 위상을 높인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마도 심사위원들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이같은 결정에 감사드리며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연스레 건물로 주제가 옮겨졌다.

'Sinew'는 근육과 뼈를 잇는 힘줄을 의미한다. 이전 작업들에서 밝힌 바 있듯이, 김 건축사는 제목이 아니라 작업 어휘, 즉 주제어라고 설명한다.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하면 제목처럼 쓰이게 된단다.

"부평작전교회에 대해 구상하고 설계하면서 마음 속으로 던진 질문이자 찾으려는 해답이 'Sinew'였어요. 마치 삶의 온기를 잃은 듯한 주변의 열악한 상황을 교회가 당길 수 있는 힘줄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며, 앞으로 수십년 후 주변이 개발돼 반대로 교회를 당길 경우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제어를 이같이 정했습니다."

937927_499280_1644
▲ 성전에는 적절한 천창을 마련해 빛을 제어했다.
건물의 북측에서 다가선 사람들은 무슨 건물인가 의아해 하며 거대한 매스를 만난다. 입구에 상대적으로 낮게 자리잡은 십자가를 보기 전까진 교회임을 알아내기 힘들다.

김 건축사는 "21세기 문화적 성장에 따라 유럽에서도 이같은 시도가 있었던 부분으로, "'교회는 어때야 한다'는 정설에서 벗어나, 교회의 성스러운 집회 측면에 기인해서 특정적 형태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정설에서 벗어난 교회의 설계는 사람들의 접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스처'이며, 사람들이 모여서 신성한 분위기 속에 예배를 보는 교회의 본질을 부각시키기 위해 보편적 내부 공간을 구현한 것이다.

설계 측면에서 교회 대지의 폭은 16m 정도로 지나치게 좁고 긴 형태이다. 또한 주택지에 바로 인접해 규모가 있는 교회가 들어서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다 .

건물의 주된 진입 방향인 남동쪽 모서리에 주 계단과 투명 유리로 이뤄진 엘리베이터가 명확히 보인다. 출입구가 많진 않지만, 주출입구를 명확히 인식시킴으로써 '커뮤니티 시설'인 교회에 대한 접근의 장애를 없애려는 김 건축사의 의도다.

937927_499281_1644
▲ 성전의 단상은 예배 목적에 정확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높지않은 단상은 목사의 권위를 세우는데 기여하지 않는다.
300여석 성전을 비롯한 교회 내부도 해당 공간으로서의 보편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에 틈을 줘 적절한 빛을 마련한 천장을 비롯해 성가대가 예배를 보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천장쪽에 자리한 부분, 예배를 이끄는 목사의 권위를 부각시키지 않도록 단을 낮춘 부분 등이 그것이다.

또한 새벽예배 공간과 지하의 키즈 카페, 대형 식당과 결혼식, 연회를 즐길 수 있는 선큰 부분 등 교회 곳곳이 기능에 충실하도록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 건축사는 "교회는 소우주이며, 부평작전교회는 땅의 모양을 그대로 따라간 하나의 바윗돌과 같은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자금 문제로 인해 당초 계획된 것보다 30% 정도 절감된 금액으로 인해 내부 마감처리 부분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건축주인 부자(父子) 목사님들이 설계자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해주셔서 현재의 부평작전교회가 지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김영준기자·사진=박완수 사진작가 제공


김영준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