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관리, 신뢰의 리더십

최일문

발행일 2015-01-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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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구멍가게·주먹구구식 조직
일차적 책임은 구성원을
못 믿고 관리에 치중하는
최고관리자에게 있다
결국 운용은 사람의 몫이고
가장 영향력 있기 때문이다


조직은 특정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일정 규모의 구성원이 모여 의도적으로 구조화되고 계획된 사회적 단위이다. 쉽게 얘기해 두사람 이상이 서로 역할을 나누고 원하는 무언가를 이뤄 내고자 한다면 최소한 조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조직의 유형을 구분한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사회적 목표를 수립·집행하는 행정기관이나 정당, 사회의 안정과 규범을 유지하는 사법기관이나 경찰, 그리고 문화적·교육적 기능에 관련된 학교·교회·문화단체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어떠한 유형이든 각 조직의 존재 이유는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목표를 달성하는데 조직의 형태를 갖추고 기능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과도 같다. 이때 중요한 것이 소위 조직원리인데 여기에는 계층제, 통솔범위, 분업과 전문화, 명령통일, 조정 등이 포함된다. 조직원리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운용될 수 있지만 표현 그대로 기본적인 원리이므로 조직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근본이며, 조직목표의 효율적 달성에 적용되는 일반적·보편적 원칙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조직원리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조직원리가 바람직하게 작동하고 있는 조직은 목표달성 또는 성과 창출에 직결될 수 있을 테지만 그 반대는 조직 수명의 연장에 불과하고 끝내는 쇠퇴의 과정을 거친 후 소멸된다. 흔히 '구멍가게식, 주먹구구식'이라고 표현될 때는 외형만 조직일 뿐 내적으로는 최소한의 원리도 적용되지 않는 경우다. 그렇다면 조직원리의 구현을 통한 목표달성이나 성과창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인가. '구멍가게식, 주먹구구식' 조직의 일차적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 변수와 원인을 '관리'와 '리더십'에서 찾아보자.

조직원리를 무시하고 있는 '관리'의 사례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업무를 성질별로 구분해 놓긴 했지만 그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무시하고 단지 관리자가 선호하는 특정인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전문화), 부서화와 함께 계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조직의 말단까지 직접 관리·감독하려는 경우(통솔범위), 그나마 존재하는 계층도 권한 없는 책임이 과도해 경직화를 초래하고 비합리적인 인간지배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계층제), 구성원의 행동통일이 필요할 경우 합리적인 조정의 방법을 택하기 보다는 오로지 관리자의 권위를 앞세운 일방적 지시에 의존하는 경우(조정), 한 사람은 한 사람의 지시를 받는다는 원리를 거꾸로 해 동일한 지시를 다수에게 함으로써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고 조직 내의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명령통일) 등이다. 여기에 더해 구성원이 이해 못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논공행상(論功行賞) 까지 이뤄진다면 그 조직은 유지되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반면에 '리더십'의 사례로서 각 구성원이 조직의 목표와 직책의 내용을 분명히 할 수 있고, 상하계층간의 의사전달이 잘되고 개인의 목표를 조직의 목표에 일치시킬 수 있으며, 구성원의 의사소통 및 사기를 향상시킴과 아울러 그들의 업적이 합리적으로 평가되고 보상돼 지속적인 조직의 성과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역할은 바로 최고관리자가 발휘하는 '리더십'에 있으며 어떤 유형의 조직이든 또 규모가 크든 작든 예외가 아니다.

'관리'는 불신을 바탕으로 뒤에서 밀어 붙이는 것이고 '리더십'은 신뢰를 바탕으로 앞에서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멍가게식, 주먹구구식' 조직의 일차적 책임은 구성원을 불신하고 '관리'에 치중하는 최고관리자에게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무리 구조화, 조직화가 잘 이뤄져 있다하더라도 결국 운용은 사람의 몫이고 최고관리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들에게 '관리'가 아닌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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