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생명이나 다름없는 귀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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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걱정이다. 온다던 비는 겨우 시늉만 하다 끝났다. 예전같으면 수시로 함박눈이 내려 조금씩 녹으면서 숲이며 하천에 물이 흘러야 할 때인데, 겨울 같지 않은 온도에 눈마저 별로 내리지 않아 가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언론에서 심각한 가뭄을 걱정하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한 가뭄을 남의 일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사실 전 지구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물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전국의 하천이나 지하수는 20~30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말라가고 있다. 가까운 농촌지역에 나가보면 그동안 농사 짓는데 쓰던 지하수가 끊겨, 수백만원씩 들여 더 깊이 관정을 파거나 인근의 하천에 펌프를 놓고 길게 호스를 연결해 물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저기서 더 깊이 더 크게 관정을 파다 보니 주변의 지하수가 말라버려 이웃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지자체마다 한해 수백건씩 쏟아져 들어오는 이런 민원들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뭄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도권 거의 전역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광역상수도 덕분이다. 2천만이 넘는 수도권 주민들 대부분은 날이 가물거나 말거나 24시간 내내 깨끗한 물을 마음껏 쓰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수도권의 큰 공장들도 한강의 물줄기에서 끌어다쓰는 깨끗한 물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최근 문제가 된 OB맥주의 물값 논란은 이런 대형 공장들이 얼마나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지, 또 남한강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일깨워 주기도 했다.



문제는, 수도권의 주민들이나 기업들이 이처럼 물을 '물 쓰듯' 할 수 있는 배경에 상수원 인근 주민들의 말 못할 고통이 자리해 있는 것을 너무도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팔당상수원과 연결된 양평·하남·여주·남양주·가평 등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그늘에 묶여 온갖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공장이나 공동주택 조차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 고통을 참다못해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목메이게 호소하는데도 이제는 별 관심들이 없어 보인다. 흔히 커다란 문제가 생긴 후에야 뒤늦게 고마운 것과 잘못된 것을 안다. 심각해져가는 물 부족 상황에서 광역상수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언젠가 큰 일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라도 물 귀한 줄 알고,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다양한 물 자원을 확보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살아있는 이들에게 깨끗한 물은 '생명'이나 다름없다.

/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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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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