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이야기]네번째┃안산 대학동 '자토팩토리'

"자취생도 주민이다" 우리동네 가꾸는 대학생

민정주·유은총 기자

발행일 2015-01-28 제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09_마을공동체.jpg

한양대 에리카캠 교수와 학생
인근 마을 정비사업으로 첫발
안산시 지원센터 뒤이어 개소
이후 학생들 마을동아리 구성
쓰레기 무단투기 차단 캠페인
벽화그리기·집밥 프로젝트도
시행착오 끝 어엿한 공동체로


938489_499796_5813
방학이라 한적한 대학 캠퍼스의 한 교수실에 교수와 학생들이 둘러앉았다. 이들은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인근 마을에서 벌어진 지난 9년간의 변화에 대해 들려주었다. 대학을 중심으로 교수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학생들이 마을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변화는 안산 선부동에서부터 시작됐다. 2006년 어느날 갑자기 YMCA활동가들이 김용승 교수(한양대 건축학과)를 찾아오면서 부터다.

YMCA활동가들은 마을 정비사업을 하고자 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한양대 캠퍼스가 있었고, 교수들은 방법을 알겠거니 생각하고 무작정 김교수를 찾아왔다.

"인상 좋아보여서 거절은 안하겠다 싶어 찾아왔다더군요. 대학원 연구생 서너명과 함께 사동에 있는 어린이집 주변에 시범삼아 정원만들기를 진행했어요. 정원이라지만 거창한 건 아니고 녹색지대가 없는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 약간의 채색을 한 셈이죠."

워밍업을 끝낸 팀은 지원금을 받아 본격적인 정비 활동을 벌였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선부동일대 주택밀집지역에 15개의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주민들과 손잡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전 작업은 주민들과 상관없이 진행해도 됐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마을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 마을에서 매일 생활하는 주민들과의 소통과 교감이라는 걸 배우게 됐죠."

다가구주택 사잇공간과 앞·뒤 공간, 주차장 등의 공간을 정비하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귀찮아 하시고요,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하시고, 혹시 집이 상할까봐 걱정하시더라고요. 이런 일을 하겠다던 사람이 그동안 없었고,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진행하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안하겠다고 손사래 치던 주민들이 산뜻해진 동네를 보고 동참했다. 변화를 이끌어낸 의미있는 첫걸음이었다.

다음 걸음은 안산시에서 이어받았다. 2008년 '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마을지원센터다.

센터가 생기고 난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마을의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소프트웨어를 변화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주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동네 반상회 모임, 아파트 단지내 모임, 주민자취위원회 등 주민 공동체를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프로젝트를 공모했다. 다양한 지원서가 센터에 도착했다.

집앞 작은 습지에 생태학습공간을 만든다든지, 옛 우물터를 복원해 마을빨래터로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들과 팀을 꾸렸다. 교수와 학생, 주민 등 15명 안팎으로 구성된 4~5팀이 주말마다 현장답사를 하고, 학교에 모여 답사 결과를 분석하고 디자인을 계획했다.

938489_499793_5813
▲ 김용승 교수가 좋은 마을을 만들기위해 학교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마을디자인대학'이다. 장소는 한양대가 제공했고, 교수들은 자문역할을 담당했다. 주민들은 열성적으로 자기마을의 변화를 주도했다. 4~5주간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수증도 수여했다.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몇몇 학생들이 모여 동아리를 구성했다. 이름하여 마을동아리 '자토팩토리(자취토끼팩토리-자취토끼들의 대학동 문화공장)'다. 한양대 에리카켐퍼스 앞 자취촌 일대인 '대학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2012년 처음 동아리가 만들어졌을 때는 건축과 학생들이 중심이 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학과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김민지(건축학과 4학년)씨는 '자취생도 주민이다'라는 자토팩토리의 모토를 밝히며 동아리의 활동내용을 소개했다.

"마을만들기 활동을 지켜보면서 비록 자취생활이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이 도시가 그냥 스쳐지나는 곳이 아니라 나름의 고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학생들끼리의 교내 동아리가 아닌, 마을주민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구상했죠."

그들이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는 '천개의 풍선, 천개의 물음표'다. 학생들 스스로 주민의식이 없어 거리에 쓰레기를 마구 내다버린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물음표가 쓰인 풍선을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 매달았다. 주민과 학생들은 그들의 정체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으며, 쓰레기 무단투기에 더욱 조심하게(?)됐다.

2013년부터는 '벽화그리기'를 시작했다. 다세대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자취촌 담벼락에 자토팩토리의 캐릭터 토끼를 그려넣었다. 갈라진 틈새가 무늬처럼 번진 회색빛 담벼락에 주민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토끼 캐릭터를 중심으로 대학동의 이야기가 담긴 도안을 만들었어요. 첫 해에 14개의 벽면에 30명의 회원이 작업했는데 예상보다 계속 늦어졌어요.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3개월, 벽화를 실제로 그리는 데 두 달, 작업이 끝날 때 쯤엔 겨울이 돼있었죠."

오래걸린 대신 그들은 좀 더 깊이 있는 것을 얻었다. 수 개월동안 대학동 사람들로서의 주민의식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 벽에 그려진 그림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변화에 이들은 감동했다.

최근에는 '집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혼밥(혼자 밥 먹음)하는 이들과 홈(Home)밥을 먹는다는 취지다. 회의를 통해 테마를 정하고, 테마별로 초청 게스트가 포함된 소규모의 인원을 모집한다. 이들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먹으면서 사람사는 맛을 느낀다.

지난 해 입학한 박소연(일어일문학과)씨는 "이제 대학동이 우리동네 같다"며 지난 1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교내 모든 행사가 취소됐어요. 낯선 동네인데 엄청난 사건까지 겪으니 정말 우울했죠. 안그래도 범죄가 많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셨고요. 그런데 벽화그리기, 집밥 같은 활동을 하면서 애착이 많이 생겼어요. 마주치면 인사하는 주민들도 생기고, 학생들 안전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도 계셔서 이제 우리 동네라는 느낌이 들어요."

자토팩토리 학생들은 마을지원센터 공모를 통해 활동 지원금을 받고있다. 어엿한 주민공동체가 된 것이다. 올해는 학생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민간의 문화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다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는 상영회를 열고, 주변 상권과 함께하는 축제도 기획해 볼 생각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대학동에 가장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척척 실행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노라고 거듭 강조하는 걸 보니 고생을 깨나 한 모양이다. 그래도 이들에게 자토팩토리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다.

마을만들기에 적극적인 안산시와 마을센터가 있고 이에 호응하는 주민들, 그리고 그들을 든든히 지원하는 교수들이 있다. 김교수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고 주민들과 동화돼가는 모습은 정말 보기좋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좋은 일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전문지식을 배움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것을 보며 사회적 활동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주변의 지원군들을 잘 활용하면 더 좋을 거예요. 센터도 그렇고, 교수들에게도 상의하며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전문가로서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견해도 내보였다.

"시와의 협력을 통해야 가능한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안산시가 마을만들기사업에 적극적이라는 것이 다행이지요. 그러나 불편한 점도 물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을 진행하려면 도시과·건축과 등 여러 부서가 얽히게 마련인데, 이들 업무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죠. 공무원들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도와주면 좋겠고요."

글=민정주·유은총기자
사진=임열수기자·자토팩토리

09_공동체 하단.jpg


민정주·유은총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