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이야기]다섯번째┃오산 ‘잔다리마을공동체’

착한 먹을거리는 까다로운 고집으로 만든다
콩 고유의 맛 정성껏 담아 원칙 지키는 건강한 기업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5-02-0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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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콩 거부 ‘전두부’ 생산
마을 어른들 투자로 일궈
행안부 지원 받았지만
비싼 탓 판로확보 어려움
TV 전파 타자 주문 폭주
정직하고 좋은 콩 생산 노력
주부들 식생활 교육 등
사회적 기업 살리기 앞장
시민이 주인인 기업 만들고파


성공한 기업의 기준은 무엇일까? 매년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유능한 인력을 다수 보유한, 인재가 제발로 찾아와 창의력을 불태우며 일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기업을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한 마을기업 대표 홍진이(40)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성공 후에도 성공의 비결을 지켜내는 기업이 진짜 성공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다리마을공동체 농업법인(주) 홍진이 대표로부터 마을기업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사정이 너무 안 좋을 때는 수입콩을 쓰자는 의견도 있었고, 전두부가 아닌 일반 두부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었어요. 문을 닫더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의 잔다리는 없을지도 몰라요.”

홍 대표가 꾸려가고 있는 잔다리마을공동체는 마을주민들이 투자해 만든 마을 기업이다. 지난 2011년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설립했다. 선정되기까지 시와 도 단위로 치러진 경합을 거쳤다. 오산시에서 마을기업을 공모할 때 40여개의 업체가 몰렸다.

홍 대표는 그 당시 남편 홍성권씨와 세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저도 농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히 먹거리는 우리 지역 농산물, 우리 손으로 키워낸 작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마을에서 난 재료만 사용했어요.” 마을기업 창업 아이템은 두부였다.

매일 먹는 식재료인데다, 여타의 마을기업 인기 아이템이던 고추장이나 김치보다 값도 저렴하니 판매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업’을 만들고 경영하는 것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두부를 만들려면 콩을 불려 갈아야 하잖아요. 콩 불린 물도,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 찌꺼기도 폐기물이라 처리시설을 해야 했어요. 마을 어른들이 십시일반 투자한 돈으로는 제품 만들 설비를 갖추기도 빠듯했죠.”

홍 대표는 남편과 함께 방법을 찾았다. 일반 두부와는 제조방식이 다른, 폐기물이 최소한으로 나오고 두유의 영양소를 전부 함유하고있는 전두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콩을 불리지 않고 그대로 갈아내는 기계도 들여왔다. 최종적으로 행안부의 마을 기업에 선정돼 2년 동안 지원금 8천만원을 받았다.

선정되면 판매는 쉬울 거라 생각했다. 행안부는 몰라도 오산시에서 급식소나 학교 급식 판매를 도와줄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했다.

“제조 방식이나 식자재 원가 때문에 일반 두부보다 잔다리 전두부가 비싸요. 그러니 학교에도 시에도 납품할 수가 없었죠. 개인 판매 밖에 길이 없었어요. 지원금을 받고도 회사 설립과 공장 설비에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2013년도 매출이 5천800만원이었어요.”

잔다리마을기업의 신조는 ‘지역민에게 좋은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었다. 잔다리마을이 있는 오산 세교동은 예부터 남양 홍씨 일가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었다. 그야말로 ‘내 가족에게 먹이는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두부와 두유를 만들었다. 쓰이는 재료는 콩과 물, 간수가 전부다.

콩은 오산에서 나는 것을 우선 쓰고, 물량이 부족하면 인접한 화성, 안성에서 난 콩을 구했다. 두유에는 곱게 간 콩가루와 물만 들어간다. 우리가 가게에서 사 먹는 두유와는 맛과 영양이 완전히 다르다. 전두부는 일반 두부보다 훨씬 부드럽다. 콩이 본래 지닌 단맛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두부만 먹어도 부족함이 없다.

재료 조달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것은 위생이다. 장사가 되든 안되든 잔다리 공장의 청소시간은 3시간이다. 4년 동안 사용한 기계가 여전히 새것처럼 반질거릴 정도로 잘 관리했다. 그래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배달시키거나 인터넷으로 사 먹는 고객들은 이런 노력과 정성을 알지 못했다.

“남매 둘을 키우는데 적자를 견디느라 지난해 2월에 40평대 집을 팔았어요. 5월에 19평짜리 월셋집으로 옮겼죠. 아들은 방이 없어 거실에서 자야 했어요. 그만둘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며 가진 것을 쥐어 짜내며 버텼죠.” 힘든 시절을 떠올리던 홍 대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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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다리마을공동체 농업법인(주) 홍진이 대표.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 해 4월에 한 가닥 희망이 보였던 게, 서울 사립학교에 식품을 납품하는 유통업자라며 사람이 찾아왔어요. 사립학교 엄마들 입맛에 맞는 무첨가 두유를 찾고 있다며 여러 차례 와서 이런저런 자료를 요구했어요. 심하다 싶을 정도로요. 그러나 성사되면 1주일에 두유 4천 개를 주문하겠다고 했어요. 간절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착한 먹거리를 찾는 방송 프로그램 PD였어요. 그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허탈했죠. 4천 개를 못 파는 거잖아요.”

잔다리마을기업의 제품을 소개한 방송은 지난해 5월 24일 전파를 탔다. 방송 다음 날은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날이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문의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해서 다음 날 이사하는 건 보지도 못했어요. 전화는 쉼 없이 울렸고, 두유를 사려는 사람들이 무작정 돈부터 입금했어요. 3일 동안 2만~3만원씩 입금된 총액이 1억원이 넘었어요. 3일치 주문을 모두 소화하는데 2달이 걸렸고요. 배송이 늦어지자 직접 사겠다고 찾아온 사람들로 조용하던 동네가 들썩였죠.”

지난해 매출은 10배가 뛰었다.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성공담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마을기업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하지 마시라’고 조언한다.

“마을 주민들과 뜻을 모아서 하든, 취지가 얼마나 좋든, 제품이 우수하다고 정부가 인정을 해주든, 마을 기업의 본질은 ‘기업’이에요. 좋은 걸 만들어서 잘 팔아야 운영이 되죠. 2년 동안 지원금 8천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지원받는 거 없어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열심히 팔았다고 자부하지만, TV에 소개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죠. 그만큼 영세한 마을기업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잔다리마을이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설립 이후 마을 사람들은 정직하게 좋은 콩을 생산해 냈고, 홍 대표는 지역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교육을 벌이며 기업의 취지를 살리려 노력했다. 또한 그녀는 사회적 기업 살리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지난해 말에 도지사가 참여하는 토크쇼에 편지를 써서 찾아갔어요.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면 발언을 하고, 안되면 편지라도 전달하려고요. 줄곧 손을 들고 있었더니 마지막 질문자로 지목됐죠. 도지사님께 사회적 기업이 만든 건강한 식재료를 영유아 보육시설에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경기도는 학교 급식에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느라 추가로 드는 비용을 보조해 주는데, 영유아 보육시설은 그게 안돼요. 보육시설에는 영세기업도 직접 영업할 수 있어 도움이 되거든요. 그 때는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돼서 자주 도청에 전화해 독촉하고 있죠.”

홍 대표는 마을기업, 좋은 마을 만들기에 쓰이는 정부의 돈을 경계한다.

“받아서 써보니 돈을 받은 만큼 행정적 업무가 생겨요. 돈 때문에 끌려다니게 된다면 안 받는 게 나을 수도 있죠. 그리고 잘못 쓰인 돈은 오히려 기업에 독이 돼요. 자력으로 운영할 힘이 없다면 버려지는 돈이나 다름없죠.” 잔다리마을의 꿈은 처음 설립된 때나, 눈물나게 힘들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시민이 주인인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잔다리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식생활 교육팀 엄마들이 모두 인적자원인데, 이들에게 일자리도 만들어주며 건강한 우리 마을을 만드는 일을 지금부터 해나갈 것입니다.”

/글=민정주기자·사진=김종택기자 ·잔다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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