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경제부장 |
대통령 골프발언, 경제침체에 대한 심경 드러낸듯
빚더미 LH, 차라리 저가임대 직접 공급하는게…
입춘(立春)이다. 유난히 춥고 길게만 느껴지던 동장군의 기세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절기에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봄은 사람에게 따뜻함, 희망, 새로운 도전 등의 마음을 갖게 하는 마력이 있다.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을 열고 기지개를 켜며 살아있는 생동감 속에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한번 결기라도 내던지게 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경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이 정부 부처별 새해 업무 보고를 받고 올해 역점 국가시책들에 대한 보완, 수정 지시 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지난해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탄력을 받게 하는 경제 활성화 부수 법안들에 대한 조속한 국회 승인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13월의 폭탄’으로 변질된 연말정산 소득공제 환급이 유리지갑 봉급자들의 분노를 가중시키자 청와대와 여당 간 불협화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지고,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게 다 청와대, 정부부처, 국회 등 서민들의 경제활동을 쥐락펴락하는 정책입안 및 결정자들이 솔직하지 못한 ‘꿈의 경제학’ 논리에 함몰돼 있어서다. 서민들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팍팍해지고 있는지, 전세난이 심각해 월세 세입자들이 생계를 어느 정도 위협받고 있는지, 자영업자들이 장사는 안되는데 각종 돈내라는 고지서는 꼬박꼬박 날아오고, 영세기업들은 세무서로부터 생뚱맞은 몇 년 치 소명자료를 요구해 얼마나 황당해 하는지 등 만물상이나 다름없는 온갖 백태가 나타나고 있다. 월세도 못 내는 자영업자가 홧김에 저지르는 충동범죄가 잇따르고, 계약금 분쟁으로 인화성 물질을 내던지는 양주 마트 방화사건 등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증세없는 복지’를 표방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런 식의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젠 좀 모두가 솔직해져야 할 시점이다. 무상복지 시리즈로 이어지는 포퓰리즘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를 얼마나 더 버텨내게 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과감한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창조경제 눈높이에 맞춘 눈치보기식 억지투자가 아니라 지역과 중소협력사간 진정한 상생발전을 찾아야 하고,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 선전할 수 있도록 원스톱 체제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거론될 거 같지 않던 ‘골프’라는 명사가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등장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당연한 거 아니냐고 시큰둥한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오는 10월 아시아에서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골프대회인 ‘제11회 프레지던츠 컵’을 내세워 “공무원들도 자기 돈 내고 건전한 스포츠 활동인 골프를 치는 게 문제가 되느냐”고 구체적인 말로 부연설명까지 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역대정부때도 공무원 골프는 로비와 향응의 사치성 스포츠로 여겨 골프 금지령 내지 자제령 속에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관가에서는 청와대 인사들이 골프를 치고 난 후 “아 이젠 우리도 해도되는구나”하고 공무원들이 골프장 출입의 잣대로 삼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통령이 문광부장관에게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시죠?”라며 건전한 골프 대중화 붐 조성을 지시한 것이다.
대통령이 솔직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침체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수소비 촉진이 필요하고 경제활동 없이는 세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고, 꼭 해야 할 복지재원마저 구할 길이 없는 게 현실경제다. 기업형 임대아파트 ‘뉴 스테이’ 정책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서민임대주택 확대라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부채 더미에 앉아있는 LH의 미매각 용지를 싼 값에 줘서 할 바엔 차라리 LH가 저가의 임대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게 복잡하지 않다. 화려한 정책보다 상식적인 ‘솔직한 경제학’을 국민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김성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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