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인천을 ‘들끓는’ 인천으로

이용식

발행일 2015-02-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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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바다 열리고 공항 들어섰고
항만개발과 송도·청라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도시구조 내용 바뀌었으니
이제는 이곳을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인천은 없다’는 냉소적 표현이 자주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되는데 대도시 인천에 정작 도시를 구성하는 의미 있는 것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래서 이 말은 인천사람에겐 매우 기분 나쁜 은유였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인천엔 바다가 없고 랜드마크가 없으며, 사람(인물)이 없고 정치가 없다. 인천엔 경제가 없고 존경받는 토박이가 없으며, 그리고 도시의 중심과 광장이 없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인천은 없다는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자조적 고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인천은 명색이 항구도시인데 바다로 접근하는 곳은 대부분 철책이 쳐져 있어 사람들이 바다에 접근할 수 없고, 인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명소를 금방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현존 인물을 찾기 어렵고 인천엔 유력 정치인이 없으며, 그래서 중앙에서의 인천의 정치력은 형편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대기업과 기업인은 손으로 꼽기 힘들고, 지역에서 돈을 벌었다 싶으면 죄다 서울로 떠나 이 지역에선 큰 부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토박이들의 힘이 미력하고 존경받는 지역 어른을 찾기는 더욱 힘들며, 그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역과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이끄는 중심이 없고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낼 수 있는 정서적 또는 물리적 광장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 없음’과 관련해서 20여 년 전 ‘황해문화’에 실렸던 글이 생각납니다. 인하대 모 교수가 인천을 방문한 외국인을 데리고 지역을 안내했다는 내용 중 소개했던 일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곳곳을 둘러보고 인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상에서 그 외국인이 불쑥 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인천은 어디에 있나요?” 지금까지 죽 둘러 본 것이 인천이었던 것인데 그래서 안내자는 당연히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었다는 판단이었을 텐데, 그 외국 사람에겐 이러한 것들이 대도시 인천을 설명한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인천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것들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바다가 일부 열렸고 공항이 들어섰으며 항만이 새로 개발되고 있고 송도와 청라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해서 도시의 구조와 내용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들도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없던 인천을 있게’ 하는 핵심은 이곳을 사람들로 들끓게 하는 것이라 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인천에 관심을 갖고 여기서 직업을 구하고 이 지역에서 터 잡고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인천의 가치를 기반으로 창조도시를 만드는 일은 이처럼 바로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인천의 가치가 창의정신을 가진 창조적 인력을 유인하고 그들이 인천에서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며 거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 인천을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인천 가치가 세상으로부터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만의 가치가 아니라 세상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매력으로 ‘인천만의 강한 디테일’을 보여줘야 할 것 입니다.

동시에 인천 출신의 창의적 인재들을 육성하는 일에도 깊은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젊은 이들이 인천의 가치를 알고 이곳에서 직업과 삶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공무원 조직을 비롯 인천을 창의적으로 고민하고 기획하는 기관의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키우고 이를 지역발전과 연계하기 위해선 당연히 세심한 기획과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 입니다.

10여년 간 목동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3년 전 인천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제 아이들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인천으로 이사한다 하니까 가까운 친구들이 쭈뼛거리다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실직하셨니?” 그래서 그게 아니라고 대답하면 다음 질문은 이렇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부모님 이혼 하셨니?”

씁쓸한 기억입니다만, 인천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다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쓸쓸한(?) 때가 곧 오길 기대해 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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