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깊디깊은 곳에서
슬쩍
번개같이
입술을 맞댔다 떼는
어린 연인들
참 멀어라
허위허위허위 강은교(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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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
우리에게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지나간다. 그 사람에게 승차하지 못하고 플랫폼을 떠난 전철처럼 칸칸이 추억을 싣고 있다. 이 붙잡을 수 없는 사람을 그렇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이별이 오고 있거나, 가고 있는 당신의 사랑도 그렇지 아니한가. 지나간 것을 알면서 스스로 묶어 놓으려고 하는 욕망에서 그 사랑은 영원하지 않던가. 어느 날 누군가 함께 했던 추억의 장소를 마주친다. 바뀐 것이 있다면 어린 연인은 밖에 있고, 옛 연인은 안에 있다. 당신은 밖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무의식에 누군가를 탑재하고 “허위허위허위” 인생의 철로 위를 빠른 속도로 달려오지 않았던가.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부른다.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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