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선분양제도 계속 유지해야 할까?

소성규

발행일 2015-02-1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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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1970년대 이래 주택난과
상가·사무실 공간 부족
해결위해 도입한 제도였으나
재산권 보장·평등의 원칙 등
헌법에 위배되는 위헌적 소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우리나라 주택공급, 특히 민영 아파트 공급의 주요방식은 ‘선분양 후시공 제도’(선분양으로 약칭한다)와 ‘선시공 후분양 제도’(후분양으로 약칭한다)가 있다. 원론적으로는 아파트를 먼저 시공하고, 이를 토대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후분양 제도가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래 선분양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과연 선분양 제도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인가?

선분양 제도는 1970년대 이래 주택난과 상가·사무실 공간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 상가 건물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국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른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상가 건물의 공급을 추진하는 분양자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제도가 현재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아파트 후분양을 점진적으로 유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건설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선분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과연 전세가와 매매가격이 별 차이가 없는 요즘에도 선분양 정책을 계속 고수해야 할 것인가?

선분양 제도를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분양은 완성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수분양자와 체결한 분양계약에 따라 수분양자가 내는 분양대금으로 상품을 완성하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제작물 공급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민법의 도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집합건물을 완성해야 할 의무라는 점에서 도급의 성격도 있다. 또한 목적물인 아파트의 구분소유권을 이전하고 인도해야 할 의무라는 점에서 매매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선분양 제도에서의 분양계약은 법률상 제작물 공급계약, 매매, 도급 등 여러 전형계약이 혼합된 일종의 혼합계약이다. 선분양 제도에서 분양계약의 법적 성격에 관한 논의는 특히 집합건물의 하자보수책임에 대해서 매매나 도급 중 어떤 하자담보책임을 적용해야 하는지, 하자를 이유로 분양계약의 해제를 인정할 수 있는지 등 중요한 법적 쟁점과 관련하여 논의의 실익이 있다. 선분양 제도는 헌법 제23조 제1항(재산권 보장), 헌법 제11조(평등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 되는 위헌적인 소지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파트 공급정책에 대하여 1970, 80년대에는 원활한 주택공급에 초점이 있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2000년 이후에도 과거와 동일한 선분양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는 재고해야 할 것이다. 후분양 제도로 가기 위한 점진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는 후분양을 대비하고, 고령사회를 대비한 주택공급에 대하여 많은 준비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분양 제도는 주택공급의 감소, 주택가격의 상승, 입주 시 소비자의 자금부담 증가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도입 자체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다. 아니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 또는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종래 주택공급에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했고, 많은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급자 중심의 정책에서 수요자를 배려하는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후분양 제도는 주택 건설업체의 금융비용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건설업체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후분양제의 도입과 리츠 등의 활성화를 통한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환경개선, 용적률·건폐율이나 인허가 혜택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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