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전(福費傳)’

김민욱

발행일 2015-02-17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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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욱 정치부
전 ‘복비’라고 해요. 원래 이름은 ‘복덕방 비’인데요. 사람들이 줄여서 그냥 ‘복비’, ‘복비’해요. 1978년 2월 17일자 ‘경향신문’에 제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면 아마도 1970년대 후반에 폭넓게 불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라는, 세련된 이름을 갖고 있죠.

아무튼 저 때문에 경기도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어요. 그동안은 저를 받으려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저를 주는 소비자간 협상을 통해 제가 결정되는데요,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에서 협상 여지를 없애버렸지 뭐예요.

쉽게 말씀드리면 상한액만 정해져 있던 제가 고정액으로 바뀐 거죠. 전세가 2억3천만원인 아파트를 예로 들면, 그동안은 69만원 이내에서 저를 내면 됐는데 ‘에누리’ 없이 69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거예요.

부동산 중개업자의 ‘생존권’과 소비자의 ‘선택권’이 당연히 부딪혔고, 지난 11일 도의회 본회의에 안건으로 오르지 못한 채 처리가 미뤄졌어요. (이날 본회의장 밖에서는 찬·반 양측의 집회 등이 대단했었어요.) 강득구 도의회 의장이 본회의에서 망치를 ‘땅! 땅! 땅!’ 두드리기 전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들어보겠다는 판단에서죠.

하지만 강원도의회에선 이미 지난 13일 소비자 선택권에 손을 들어줘 도의회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진 거 같아요. 고정액을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집 가격인데도 길 건너 강원도 복비가 더 싼 일이 벌어질 테니까요. 중개수수료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저를 잘 이해하려 하면 문제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는 ‘신성한 노동의 대가’로,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 소비의 대상’으로 분(扮)하죠. 양면을 갖고 있는 건데 이성의 수사학(The Rhetoric of Reason) 관점에서 보면, 바뀔 제도가 누구에게 더 매력적일지를 보면 되지 않을까요. 저 복비가 중개업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복비(福雨·복을 가져다 주는 비라는 뜻으로, 농사철에 때맞춰 내리는 비를 일컫는 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때 마침 설 연휴를 앞두고 복비가 내리네요.

/김민욱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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