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나선’ 교내 정서적 학대 현장

김범수

발행일 2015-02-17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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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사회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독일에 거주하는 유대인이나 라틴인 등 다른 민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했다. 히틀러는 국민에게 그릇된 ‘독일인의 정체성’을 주입시키는 한편, 자신의 의견에 따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덧씌웠다. 이에 독일인들은 공포에 못 이겨 히틀러의 반인륜 정책에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심지어 열광하면서 앞장서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건도 ‘침묵의 나선 이론’과 닮았다. 문제를 일으킨 교사는 김치는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는 명분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절반은 한국인’이라는 발언을 한 것도 모자라 같은 반 학생들로 하여금 다문화 학생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었다.

검찰시민위원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나서 해당 교사를 불구속 기소로 송치시키고, 법원이 처음으로 교내에서의 정서적 학대로 인정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불특정 다수보다 가까운 친지들에게 쉽게 남는 법이다.

취재중 더 놀랐던 점은 같은 반 학생, 학부모는 교사의 행동에 대해 입을 닫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을 따돌렸다.

실제로 지난 13일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은 ‘왜 나대냐’, ‘왜 우리 선생님 괴롭혔냐’라는 말을 하며 다문화가정 학생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괴롭혔다.

교사의 그릇된 행동에 동조하지 않으면 내가, 혹은 우리 아이가 따돌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는 한 때 전교 부회장을 할 정도로 활달했던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피해 학생의 오빠가 ‘한국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캐나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아직 한국교육이 갈 길이 멀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단 한 명의 아이들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핵심기조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도 교육청은 물의를 일으킨 교사에 대해 불문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도 교육청은 더 이상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한국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김범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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