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과 신뢰정치

오대영

발행일 2015-02-2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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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정부와 여당, 즉흥적 표심보다
국민마음 얻는 행정 펼쳐야
야당도 인기성 입법보다는
믿음 우선하는 ‘큰 정치’로 가야
국민은 잠시 속을지언정 결국
진실을 알고 올바르게 선택한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은 인류가 매우 오래전부터 발달시켜 왔다. 설득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력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했으며, 설득 기법은 시민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다. 설득은 권력을 쟁취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서구에서 20세기 초에 발전한 선전도 설득에 기초한다. 설득은 동양에서도 발달했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많은 사상가들이 전국을 유세하면서 왕과 백성들을 설득했다. ‘사기(史記)’에는 ‘삼촌지설(三寸之舌)’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치 혀에 불과하지만, 언변이 좋아 외교적 설득 능력이 뛰어난 데서 나왔다. 고려 시대인 993년 거란이 침략했을 때 서희 장군이 적장과 담판을 벌여 전투없이 강동 6주를 차지한 것도 대표적인 설득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설득은 단순히 말만 잘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설득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이는 광고·비즈니스·정치 등 여러 분야의 실증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신뢰도의 기본 요소는 전문성과 신뢰성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신뢰가 없으면 설득력은 매우 약해진다. 신뢰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

설득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개인 생활은 물론 직장 생활과 비즈니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설득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국민 간에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행정은 어려워지고, 정치권은 권력을 잡기 힘들다.

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 문제를 언급하고, 야당 최고위원은 이를 위한 입법추진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담배 가격을 2천원 올리면서 세수 확충이 아니라 금연정책이라는 명분을 강조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 문제를 언급하자 애연가들, 특히 흡연하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사이에는 “정부가 스스로 담배인상 명분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많다. 여야가 올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를 위해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배 가격의 부담이 커진 애연가들에게는 담배 종류가 다양해져서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상한 지 두 달도 안돼 나온 이 문제로 국가 행정의 신뢰도에 흠집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지난해 말에는 세제개편으로 ‘세금 폭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급히 4월 임시국회에서 연말정산 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소급해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반면 이 일로 정부의 세제행정은 두 번 신뢰를 잃게 되었다.

정치는 표를 통한 전쟁이다. 일본 정치인 다케시타 노보루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치인에게는 선거가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표심(票心)사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지나치면 포퓰리즘으로 가고, 결국에는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줘 국민의 신뢰를 잃고, 설득 능력도 상실하게 된다. 이번 개각으로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재직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수가 6명으로 늘었다. 정부와 여당의 소통이 확대되고, 행정에 국민 여론이 더 반영되는 장점도 있다. 그런 순기능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인 표심(票心)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은 행정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오히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야당 역시 인기성 입법이나 정치보다는 신뢰를 우선하는 정치를 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정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큰 정치’다. 국민은 잠시 속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진실을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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