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박대통령의 ‘골든타임’

이영재

발행일 2015-02-2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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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논설위원
진보·보수 막론 모든 언론서 비난 화살
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은 일종의 자기항변
지금 이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음을 명심해야


세월이 참 빠르다. 어른들은 나이 들면 시간의 빠르기가 나이에 비례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80대는 80㎞의 속도로 50대는 50㎞로 시간이 달린다는 것이다. 40대만 해도 ‘흥’하고 코웃음을 쳤었다. 그러나 50대로 접어드니 시간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빠르다.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한걸음 더 내딛는 내일은 취임 3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벌써 3년차라니. 60대의 박 대통령은 60킬로의 속도로 달렸을 법도 하지만 ‘벌써?’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해도, 대선기간과 겹치는 마지막 5년째를 빼면, 실제로 권력의 절반이 지난 셈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소신껏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기간도 불과 2년 남은 셈이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반환점을 돈 것이다.

정치인도 따지고 보면 연예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눈물겨운 데뷔 시절이 있다가, 운이건 실력이건 천금같은 기회를 잡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그의 이름 앞에 어느덧 ‘스타’라는 관형어가 붙는다. 그리고 몇년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 여지없이 내리막길을 타게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몇 선을 하다가,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거치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 운이 좋으면 대권에 도전하게 되고, 선거에서 이기면 권력의 최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대권을 손에 쥔 박 대통령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면서 정치인 박근혜 시절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국가 발전 지도’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다. 그런데, 보수 진보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집권 2년동안 황사속을 걷듯 모든게 애매모호했을 뿐 손에 잡히는 정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 NLL 논란으로 1년이 지났고, 세월호 사건과 정윤회 파동으로 1년을 홀랑 까먹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선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릴만큼 억울할 만도 할 것이다. ‘퉁퉁 불어터진 국수…우리 경제 불쌍’이라는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MB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도 진행중이다. 낯뜨거운 자화자찬과 지나친 자기방어. MB가 부리나케 회고록을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할말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 언론은 경쟁하듯,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소설같은 ‘정치 비사’를 쏟아낸다. 너무도 터무니 없다고 느낀 전직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항변하고 싶지만 이미 권력은 남의 손으로 넘어간 후다. 우리의 정치는 떠난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떨어진 권력은 철저히 외면한다. 새로운 권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까.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하자 마자 앞다퉈 회고록을 출간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 항변으로 봐야 한다.

인간은 늘 후회를 하며 살아가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문득, “아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아쉬워 한다. 공자도 최후의 20년을 제자들과 광야를 배회하면서 끝없는 번뇌와 후회속에 살았다. 그게 인간이다. 바로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했던 것인지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가장 큰 힘을 보태준 것은 50대였다. 박 대통령이 그들로부터 지지받은 것은 천막당사에 나가 앉을지언정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50대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왜 그들이 뒷모습을 보이는 지 박 대통령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다음날, 언론들은 박근혜 정권 비사로 신문지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출처도 불분명한 야사들이 춤을 출 것이다. 그때 항변 한들 아무 소용없다. 지금이 중요하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골든 타임’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처럼, 대통령에게도 ‘골든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이미 흘러간 2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집권 3년차를 맞는 지금이 ‘골든 타임’이며 이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음을 박 대통령은 명심해 주길 바란다.

/이영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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