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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록 정치부장
1970년대 수많은 가장들이 한국 성공신화 쏟아내
‘제2의 중동붐’… 朴대통령 경제·세일즈외교 방점
‘화약고’ 같은곳… 다른 나라들 어떻게 바라볼지


중동 여성들이 몸을 가리기 위해 입는 겉옷은 종교적 성향과 지역에 따라 종류가 꽤나 다양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주로 입는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 외에 온몸을 가리는 검은색 외출복으로, 공공장소에서 이를 입지 않으면 제재를 당한다. 이란 여성들 역시 얼굴만 내놓고 몸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를 입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여성들은 온몸을 가리는 것도 모자라 얼굴 부분까지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한다. 두건, 스카프의 일종인 히잡과 키마르, 니캅, 샤일라 등도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은 제각각이되, 여성의 신체를 노출 시키지 않는 종교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엄격한 복장 못지 않게 중동 여성들의 인권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각국의 성차별 지수를 조사한 보고서들은 하나같이 중동권 국가 여성들의 인권수준을 세계 100위권 이하에 포진시킨다. 남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이 자행되고, 분쟁지역 일부 과격단체들은 ‘지하드 알니카’라는 명분으로 여성들을 사실상 위안부 형태로 전장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혼을 강요받고, 여전히 일부다처제가 통용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보편화하고 ‘배꼽 티’에 ‘하의 실종’도 옛말이 돼 버린 요즘의 우리로서야 혀를 끌끌 찰 일이지만, 사실 우리 역시 폼 잡고 여성인권을 운운할 수 있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고려말 여성들은 삿갓과 부채로 얼굴을 가려야 했고, 조선 시대엔 외출할 때 눈만 빼꼼하게 내놓은 채 쓰개치마를 둘렀다. 개화기를 맞으면서 이런 몸 가림 의상이 겨우 사라졌다고는 하나, 대신 한동안은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다. 경찰이 자를 들고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던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조혼과 일부다처도 형태에서만 조금 다를 뿐, 시쳇말로 중동권과 ‘도긴개긴’이다. 열 살을 겨우 넘긴 소녀들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남자에게 시집을 갔고, 공식적으로 첩을 둬 차별했던 처첩제도는 오히려 부인들간 지위나 자식들의 신분 등에서 중동의 일부다처제보다도 더 봉건적이었다.

이런 동질성(?) 때문일까. 중동은 적어도 80년대까지는 우리에게 부호들이 넘쳐나는 산유국, 혹은 70년대 건설 진출과 함께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긍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수많은 가장들이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이 열사의 땅으로 향했고, 실제 그곳에서 숱한 한국 성공신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걸프전과 시리아 내전, IS(이슬람국가)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방과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동은 언제부터인가 분쟁과 테러의 온상지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덧칠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무슬림 = 테러리스트’라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이다. 대통령으로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일쇼크로 휘청거리던 경제를 다잡는 계기로 삼았던 곳을 40여년 만에 찾은 것이어서 개인적 감회도 남다를 듯하다. ‘제2의 중동붐’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청와대의 공언처럼,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도 세일즈 외교, 경제외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동이 자원 의존도로 보나 외교적으로 보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 파트너인 만큼 대통령 순방에 거는 정·재계의 기대도 남다르다. 다만, 근래의 중동이 전 세계의 우려가 집중된 ‘화약고’같은 곳이라는 점에서, 또 그 위기에 세계 각국의 이해가 복잡다단하게 엮여 있다는 점에서 경제와 세일즈에 방점이 찍힌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다른 나라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우리나라도 언제까지 세계 문제에 한 발짝 물러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이 과거 경제동물 취급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이고 기우일까.

/배상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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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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