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
자신의 끔찍한 경험을 자전적 만화로 옮긴 오사 게렌발은 내레이션을 통해 이때의 감정을 말한다. “이제 슬슬 이런 생각도 들어.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어리석을 수 있었는지. 바보같이 보인다는 거 알아. 하지만 모든 게 해결되고 더 나아질 거라 생각했어. 함께 지내다 보면 그도 결국 나에 대해 믿음을 갖고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어. 그가 행복하다면 나 또한 그렇게 될 거라고!” 상황이 좋은 쪽으로 변하지 않았다. 닐의 폭력은 더 과격해졌다. 오사는 그 상황에 붙잡혀 파괴되어갔다. 해가 바뀌고 생일을 맞이한 오사에게 아빠가 전화를 걸었다. 닐의 허락을 받아 통화했지만, 곧 끊으라고 화를 낸다. 오사를 때리던 닐은, 다리미를 던진다. 며칠 뒤 닐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오사의 손을 물어 버린다. 살점이 뜯긴 오사는 용기를 내 헤어지자는 말을 한다. 그 뒤 주변 사람들과 제도의 도움을 통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닐을 고소한다.
오사는 개성 넘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닐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해 진다. 그럴수록 폭력의 수위도 높아진다. 몹시 어렵게 용기를 내고 주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회복한다. 지난 3월 8일 한국 여성의 전화는 2014년 한 해 동안 1.7일에 1명꼴로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다.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114명, 그리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여성이 95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모두 보도된 기사를 조사한 내용이다. 보도되지 않은 내용을 포괄하면 더 많은 여성이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에 내몰려 있을 것이다. ‘7층’은 보기 드문 스웨덴 만화다. 작가는 연출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운 선의 활용을 통해 감정을 담아낸다. 고통스러운 증언이겠지만, 여전히 이런 증언이 필요한 이유는, 여전히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고통을 감당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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