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산업이 뜬다

이한구

발행일 2015-03-1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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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카쉐어링 등 공유경제형 국내 기업들 속속 생겨
리프킨 “3차 산업혁명 개도국서 빠르게 진행” 주장
IT강국에 부합되게 육성 ‘창조경제’의 답

육아품앗이, 과외품앗이, 하객품앗이, 재능품앗이, 관광품앗이…. 품앗이란 농촌에서 소수의 농민들 간에 상부상조하는 것으로 모내기와 추수, 지붕 올리기, 김장하기 등이 주요대상이다. ‘품(勞動)’과 ‘앗이(受)’를 결합한 한국 고유의 민속용어로 ‘두레’와 함께 농촌사회를 지탱해온 대표적인 공동체적 생산 관행이었으나 산업화로 사라지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농촌이 아닌 도시를 중심으로 품앗이 문화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해외에서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유사한 사례들이 간취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우버(Uber)엑스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일시적 운휴(運休) 상태의 자가용 승용차와 운전자의 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운수업체다. 회원 상호 간에도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해 품앗이와 매우 흡사한 신종 비즈니스인 것이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후 글로벌화·디지털화에 편승해서 급성장한 결과 전 세계 40개국 170여 도시에서 성업 중이다. 우버 택시의 잠재적 시장가치는 2천억 달러로 도요타자동차에 버금간다.

회원제 렌터카 기업 짚카(Zipcar), 미국판 벼룩시장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빈 숙소활용업체 에어비앤비(Airbnb), 도서교환 웹사이트 페이퍼백스왑(Paperbackswap.com), 레고세트 스왑사이트 플레이고(Pleygo)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카쉐어링과 장난감 빌려 쓰기 등 공유경제형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는 지자체가 관내 홀몸노인들의 빈 주거 공간을 대학생들과 함께 이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상생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로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낭비를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물가안정효과도 커 경제적이다.

‘노동의 종말’로 유명세를 탔던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본주의는 조만간 사라지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계비용이란 물건을 하나 더 생산할 때 발생하는 추가비용인데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이 비용을 줄이려 노력한다. 그러나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면 상품가격도 제로에 근접해 시장교환이 불가능하다. 이윤이 지탱하는 자본주의가 시장의 탁월한 성공 때문에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현상이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수백만 소비자들이 아무런 대가 지불없이 파일 공유서비스를 통해 음악·동영상·지식·뉴스·전자책 등을 자체적으로 확대 재생산해온 것이다. 덕분에 음악과 영화산업이 흔들리고 수많은 신문과 잡지가 폐간됐으며 출판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계비용을 제로로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기술이 바로 ‘슈퍼 사물인터넷’(IoT)이다. 수십억 개에 달하는 센서가 모든 기기와 전기제품·도구·장치 등에 부착돼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인의 약 40%가 소셜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 등을 통해 생활필수품은 물론 편의품과 기호품까지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 이미 협력적 공유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를 나눠 타고, 여행할 때는 서로 집을 바꾸는 등 시장의 ‘교환가치’는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2030년에는 100조 개가 넘는 센서가 전 세계로 분산된 지능형 네트워크로 인간과 자연환경을 연결할 것으로 추산한다.

리프킨은 제3차 산업혁명(협력적 공유경제)으로 수십만 개의 사업체와 수억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예정인데 “이 혁명이 선진국보다 개도국에서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단정했다. 실의에 빠진 장그래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IT 강국에 부합하는 품앗이산업 육성에서 창조경제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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