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시장을 다시 보자

김재수

발행일 2015-03-1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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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세계인구 4분의 1인 ‘모슬렘’
그들의 역사·문화·식습관 등
철저한 분석과 준비 필요
경기도가 앞장 서서
농식품을 중심으로
‘제2의 중동붐’ 일으키자


중동은 우리에게 지리적으로 멀지만 경제적으로는 가까운 지역이다. 1970년대 많은 한국 근로자들이 중동에 진출해 ‘건설수출’ 시대를 열었다. 중동의 모래사막에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닦아 값진 외화를 벌어들였다. 당시의 중동 붐을 토대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중동은 아직 미지의 땅이다. 중동의 역사나 정치, 종교와 사회, 문화 등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산유국이 몰려 있으며 대부분 이슬람교도며, 정치와 행정·생활 등이 철저히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다.

중동지역은 고온다습한 기후에 사막지대가 많아 농업이 발달하기 어렵다. 농산물은 밀·올리브·대추야자 등에 국한돼 대부분 농식품을 유럽·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최근 농식품 분야에서 중동이 새로운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할랄식품’ 시장에 대한 진출 가능성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 이후 할랄식품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이라는 뜻이다. 모슬렘들은 할랄인증을 받은 음식만 먹는다. 과거에는 중동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이슬람권은 우리와 식 문화나 관습, 기호가 달라 농식품 주요 수출시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료·면류·소스류·담배·냉동식품 등 다양한 한국 농식품이 이슬람권에 수출된다. 지난해 우리 식품의 이슬람권 수출액은 약 7억 달러다. 이슬람권 식품의 전체시장 규모는 1조 달러 이상이며 세계 전체 식품시장의 18%를 차지한다. 모슬렘 인구도 세계 인구의 25%정도인 17억 명에 달한다. 모슬렘 인구가 늘어나고 구매력이 커지고 있어 향후 이슬람권 식품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에는 할랄식품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인식이 확산, 모슬렘이 아닌 사람도 할랄식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유럽출장 기간 중 할랄식품을 구매하는 유럽인들을 많이 목격했다. 세계적 식품기업들도 오래 전부터 할랄 식품시장을 공략해 오고 있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팀을 구성해 준비했다. 패스트푸드점인 KFC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육류를 사용한 ‘할랄 버거’ 매장을 운영 중이다.

우리 식품업계도 할랄시장 진출을 꾸준히 준비한 결과, 할랄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가 120여 개 430여 제품에 이른다. 할랄인증은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어려움도 있다. 할랄 인증기관은 전 세계에 300여 개나 되고, 국가별로 인증요건도 다르다. 할랄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슬람권 현지 기관의 실사도 거쳐야 한다. 국내 중소식품 기업들에게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할랄식품을 유망시장으로 보고 2년 전부터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다. 2013년 최대 할랄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지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진출기반을 갖추었다. 또 한국이슬람중앙회(KMF)와 협력해 국내에서도 할랄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 현지 전문가초청 세미나 개최, 할랄 담당관 한국실사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3년 7월 세계 3대 할랄인증 중 하나인 자킴(JAKIM)과 한국할랄이 동등성을 인정받았다. 우리 농식품의 이슬람시장 진출확대를 위해서 앞으로도 컨설팅 지원, 현지 전문가초청 설명회 개최, 현지 지사설립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의 우수 농식품도 할랄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생산된 홍삼제품을 비롯 면류·소스류·음료·스낵 등 많은 제품이 할랄인증을 받았거나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도 aT의 지원을 통해 유자차·김치·마늘 가공식품 등 10개 경기도 식품업체가 할랄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경기도 농식품 수출액은 8억6천만 달러다. 전 세계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모슬렘시장이 경기도 농식품을 기다리고 있다. 70년대 중동건설수출로 경제도약의 기반을 구축한 우리나라다. 모슬렘시장을 다시 보고 역사와 문화·식습관 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는 등 준비를 하자. 경기도가 앞장서서 농식품을 중심으로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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